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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영 Nov 17. 2022

벌집의 시간



틈새로 보이는 빛과 한 무더기의 뼈

곁에서는 새들이 날아오르는 기척 속에서

     

내 콧잔등은 조금씩 투명해집니다       


언젠가 눈먼 새들이 날아가는 하늘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먹구름과 날짐승의 회합이 기쁘게 펼쳐지는 곳이 있다고

      

왼쪽을 잃어버린 오른쪽처럼

가지고 있던 절반이 어두워졌다는 자각 속에서     


조금씩 자연으로 소속되어 가고 있지요

쥐고 있던 빛의 넝쿨을 내려놓지요

시간의 끈만 쥐고 있던 시절로 돌아가고 있지요     


그럼 또 익숙한 세계가 등에 업히려 듭니다

대롱대롱 매달린 눈망울에는 까마득한 밤이 새겨져 있고

     

허공에서 펄럭거리고 있는 나의 시간은

도무지 완독할 수 없는 책이 되어 갑니다      


그토록 무거운 고전 앞에서 이런 말을 해 볼 수도 있겠지요

     

잘못했어요, 살아 있는 것들이 가진 풍경을 활용해

두터운 살과 끈적한 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내 삶의 문양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페이지로 구성해 버렸습니다

     

이제 분주한 드라마가 내 안팎을 재빠르게 드나들며

마지막 건축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나는 비로소 거대한 벌집이 된 것 같습니다 

이 노동을 소중히 간직해야겠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내 것입니까

심장 한복판으로 몰려드는 것들에게는

어떤 길을 내어 주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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