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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언주 Nov 13. 2022

크라잉 클럽

3화

  집으로 돌아온 나는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켰다. 위성방송으로 보는 뉴스는 서울이나 상하이나 하루가 그렇고 그랬다. 코미디 동영상을 찾았다. 웃기지 않는데도 연예인들은 뭐가 그리 우스운지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휴대폰 신호음이 울렸다. 오픈 채팅방에 확인하지 못한 메시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나는 고독한 미식가 외에도 세 개의 오픈 채팅방에 가입했다. 일부러 장인 앞에서 실시간으로 쌓이는 붉은 숫자를 열어 보이기도 했다. ‘고독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채팅방은 하나같이 대화나 문자가 금지되었다. 

  고독한 조유리 방에 조유리가 대화를 시도하다가 강퇴당했다. 진짜 조유리라면 웃기는 일이다. 그녀가 다시 입장했다. 자신이 조유리라는 사실을 증명하라는 방장의 메시지가 떴다. 진실 찾기 게임으로 말이 없는 수다가 장난 아니었다. 언어가 사라진 세상에서 어떻게 자신을 증명하라는 말인지. 스크롤 하지 않아도 화면이 쭉쭉 밀려 내려갔다. 있는 사람을 비워 내고 이름만 존재하는 궁정풍 사랑의 결말이 궁금했다. 마침내 조유리가 생방송에 출연했던 의상으로 침대에서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드디어 조유리가 조유리로 돌아왔다.   

  고독한 상담자 업로드 신호음이 울려 그 방으로 옮겨 갔다. 입장과 동시에 대화와 이모티콘을 금지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방장의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다. 짙은 스모키 화장에 두건을 쓴 사진은 크라잉 클럽에서 보았던 주인 여자였다. 어쩐지 눈에 익더라니, 나는 찬찬히 이미지를 훑어보았다. 허공을 바라보는 실루엣만 드러나게 찍은 흑백 사진들이었다. 이미지 아래로 #크라잉 클럽 #고독한 상담자 해시태그가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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