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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대성당에 앉아서

헤오씨의 세계 여행 - Travelog 13. 부다페스트 in 헝가리

by Heosee Dec 31. 2024

"재처럼 감동의 뜨거운 눈물은 흘리지 못하지만 이곳에 머물러 본다."

"누군가에 대한 편견은 나로부터 시작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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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가이드:  "자 이곳은 부다페스트 이슈트반 대성당입니다. 이곳은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높은 건물 중에 하나로 1948년 지어진 건물이며.."


낯선 동유럽 땅에서 익숙한 언어가 들렸다.

한글이 써진 깃발에 모인 사람들, 다들 한쪽 귀에는 이어폰 하나 낀 채로 가이드 설명을

듣는 사람들.  아빠 엄마 그리고 아들 딸 오붓한 가족,  나이 지긋하신 노부부,

그리고 젊은 연인들, 서로 다른 세대의 모습이 이 헝가리 대성전 앞 광장 공간을 메워준다.


극 E의 등산복 아저씨 : 저기 사진 한 장 찍어줄래요?

헤오(Heo) : 아 네? 네 주세요

극 E의 등산복 아주머니 : 어머 혼자 왔나 봐요~

극 E 가족 꼬마 : 엄마엄마 저 아저씨는 혼자 온 거야?


헤오(Heo) : (찰칵) 여기 있습니다~ 좋은 여행 되세요.

혼자는 나만 온 걸까? 외로워하지 말자!

자 여기까지 왔으니, 꽃송이 아이스크림은 먹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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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으로는 3가지 맛으로 화려하게 해서 사진을 찍고 싶지만 경제적으로는 2 가지맛, 900 포린트로 생색만 낸다.

아이스크림 사는 앞사람도 한국인 뒷사람도 한국인.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

....



헤오(Heo) : 대성당 이걸 들어가야 하나.. 유튜브에서 봤었는데..

그래도 아직은 멋들어지게 찍은 영상이 없으니 자 들어가서 감동을 느껴서

밀라노 성당의 아재처럼 울어보자.

멋진 영상 하나 건지면 나도 아재처럼 유튜버 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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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드리워진 줄을 기다려 입장한 대성당. 스테인 글라스이며 높은 천장의 돔, 조각상

분위기가 주는 묵직함, 멋지긴 한데 특별한 감흥을 주진 못한다.


헤오(Heo) : 노트르담 성당이 더 멋진 거 같은데? 나는 왜 아재처럼 울적하지는 않지?

감성이 없는 T여서 그런가..


점점 더 한국인으로 가득 찬 곳에서 위축이 되기 시작한다.  

그래도 어느 하나의 관광객처럼 멋진 배경 내가 들어간 사진을  멋쩍음에 잠쉬려고 성당 의자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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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줄 의자에 앉아서

한 장의 사진이라도 더 건져보겠다고 이리저리 사진기와 씨름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건다.

자원봉사자 :  음향 장비를 설치하려고 하는데 자리를 비켜줄 수 있을까요?

헤오(Heo) : (많이 놀람) 네? 네네... 네네..


놀란 이유는 모두 흑인이었다. 유럽서 흑인을 보면 항상 소매치기, 난민,

폭력만 떠올랐던 나에게 단출해 보이는 옷차림과 사연이 있을 법한 얼굴로.

아주 조심스럽게 정중하게 물어보던 사람들. 그러고 보니 헝가리에선 흑인을 거진 못 봤는데..  

 

어느 주저함 하나 없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모습으로 하나하나 차근차근 제 할 일을 시작한다.  

누구보다 경건한 모습으로 미사를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했다.


이 경건한 공간에 누군가는 미사와 예배를 드리기 위해 앉고

나는 그저 화려한 스테인 글라스와 장식, 그리고 나의 모습을 채우기 위해 앉아 있구나.


마이크를 설치하고 성경을 펴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인데 서로 다름의 목적을 띠고 이 시간과 장소를 공유한다.

나는 과연 이곳에서 느껴야 할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화려한 장식과 건축 양식? 아니면 준비하는 모습에서 보이는 진심들?

결국 무엇을 내가 여기서 찾고 있었을까...


준비된 미사는 외국인을 위해 영어로 진행되는 미사. 그래서 많은 세계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예배를 준비한다.  조금 더 앉아서 그들의 경건함을 보고 싶었지만, 미사를 위해 오는 사람들방해하고 싶지

않아 성당을 나왔다.




한 도시에 적어도 3일~4일은 머무르려고 노력한다.  

눈에 익숙해지고 이곳 삶이 적응될 때쯤 보이는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기 때문이다.

여행객의 시선이 아닌 잠시 이곳의 속한 사람으로서 생각하는 것들도 달라지기 시작한다.


유럽 어딜 가나 긴장하며 조심하게 되는 흑인.

나의 편견이 저들을 무섭다고 만든 건 아니었을까?

저들은 나를 보고 무식한 동양인이라고 생각진 않았을까?


미사를 준비하던 봉사자들에게 뒤늦게 미안하다고 생각해 본다. 오히려 그들 덕분에 잠시 그곳에 머무를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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