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의류가 팔작지붕과 깃을 터는 건 빗소리를 함께 들으면서부터다 빗물자국이 희고 검은 끈을 드리웠다 혼자 남겨진 시간들, 은화식물에게로 나는 마음이 갔다 뒤늦은 안식처가 되었다 서로가 내통하는 오후, 지의류가 견디는 세월이 나에게도 있었겠지 바람을 저으며 목련 가지를 들고 도착할까 당옷을 입고 자박자박 잔돌을 밟으며 도착할까 어디에도 닿지 않았던 비의 뿌리, 먹줄을 튕기는 소리에 비는 다 잃고도 한차례 소란을 피웠다 바닥에도 없는 몸, 어깨를 맞댄 솔보굿에도 모른 채 업혔고 푸른 우물마루에 앉는다 구석으로 몰리는 굽은 기둥에 손 짚으면 틈마다 어둠이 내렸다 자, 이제 말해도 좋아, 빗소리 밖에 세워둔 사람을, 둘러쳐진 몇 겹의 번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