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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미화 Nov 17. 2022

나와 남자는 웃었지요
           -샤갈에게

  문구점 가는 길에

  염소를 몰고 오는 남자를 보았어요 

  저 염소가 어디서 왔을까


  안녕, 작고 하얀 뿔

  만나는 구름 헤어지는 나무


  돌아오는 길에

  염소를 몰고 오는 남자를 다시 만났어요


  나와 남자는 웃었지요

  두 길이 합쳐지는 곳

  나는 붓펜과 크로키 북을 들고 있었어요


  “문득 내 오른손 손가락은 일곱 개인데 왼쪽에는 다섯 개”로 보일 때가 있지요

  그것을 그렸지요


  저기, 요

  남자가 말했어요

  우리 천변이라도 걸을까요


  나와 염소와 남자는 물 건너 언덕을 향해 갔어요 언젠가 본 일이었지요 그림 속 그림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뛰어놀던 들판, 염소와 연인이 흘러들며 빛나고 있었어요 이리 와 작고 하얀 뿔, 염소는 뿔을 바위에 긁어 대고 있었어요 손바닥에는 물결, 이마에는 풀냄새 마을의 잔치가 곧 시작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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