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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미화 Nov 17. 2022

베르너 사세라고 들었다

  사세 씨, 당신이 사랑하는 한국 여자, 

  그 여자의 모국어로 쓰인 월인천강지곡, 용비어천가를 독일어로 번역했다지요


  당신 나라의 움라우트(‥), 내 나라의 아래 아(ㆍ)가 어떻게 만나는지 더듬어 보는 낮 월인천강지곡, 용비어천가는 신비한 낮별처럼 들리고

두 나라의 옛 왕이 시인이었다는 생각에 가뭇가뭇 들이치는 햇빛


  만 리 바깥의 일이지만

  눈에 보이는 듯 생각하소서


  천 년 전의 말이지만 

  귀에 들리는 듯 생각하소서


  오늘은 여기, 당신이 살던 집 대청마루에 앉아 보아요 저 화단, 백 년 된 영산홍만큼 한글 자모에 붉은빛 비췄을까요 천장을 올려다보면 두 개의 커다란 느티 대들보, 양국을 오가는 배로 써도 무리가 없겠다 싶지요 여름 한나절 마당으로 물바람이 불어


  한국 이름을 사세(思世)라고 지은 마음이 환한 빛에 나앉습니다 처음과 같이 첫소리와 끝소리 모은 물망장(勿忘章) ‘닛디 마쇼셔’ 이제 독일어 노래집을 펼쳐 보면


  서로의 바다를 건너가는 문자향이 환한 빛을 여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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