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미화 Nov 17. 2022

앵무

  당신과 당신의 아내는, 

  단구에 아담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수천 비단벌레의 날개를 두른 허리춤,

  마른 수풀 등 밑에 깔고 있으니

  바스락거리는 소리 베어 물고 있네요 

  총총총 별이 뜨는 석실분 속으로 오갔을 그늘나비 통신, 

  황금 왕좌보다 당신의 아내, 왕비가 더 궁금해지네요 

  왕비는 짧은 잠의 한 생을 다녀가고

  옆자리 얼룩은 그렇게 천년이 흘렀네요

  거울 속 앵무는 앵무를 본 이야기

  거울 속 앵무는 앵무를 날려 준 이야기                                                           

  한 왕국의 사연이 난데없이 드러났지요

  둘레들을 기억하는 손길,

  금관 귀고리 팔찌 금동신발 맴돌았지요

  천지에 남기고 간 멈둘레꽃

  목관 속 향나무 향은 퍼져 나가고

  자꾸만 향적(香積)의 둘레를 두르고 싶은 날

  거울 속 앵무는 앵무를 본 이야기  

  거울 속 앵무는 앵무를 되찾은 이야기 

  왕관 앵무가 왕관 앵무의 울음을 혀 밑에 넣어 준 이야기

이전 04화 미암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