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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라리 Jul 26. 2023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가?

라스트 오브 어스 Part2

인생질문 :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가?

 
○ 문제의식
     ‘인간관계’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다. 나이가 들면서 어렸을 때보다는 인간관계의 영향을 적게 받을 수는 있지만 그 누구도 쉽다고 얘기하기는 힘들 것이다. 2021년 5월 3일 MBC 100분 토론에서 ‘가정의 날 특집 – 아동학대 막을 방법은?’을 주제로 전문가들의 토론이 있었다. 정신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와 경기대 범죄심리학 전공 이수정 교수의 상반되는 발언이 화제가 됐었다.
  오은영 : “사람은요~ 사람에게 치유받아요.”
  이수정 : “예,, 그만큼 사람 때문에 죽죠.”
둘 다 맞는 말이다. 관계 덕분에 치유받기도 하고 관계 때문에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관계의 출발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다. 흔히 ‘내 입장이 되어보면 이해가 갈 거야’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상대방의 입장이 되는 것,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 학자의 대답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4」, 최영주 엮, 휴머니스트 / <17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가?> 일부 발췌

우리는 더 잘 이해하는 사람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으며 내게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잘 이해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아무리 타자에 대해 잘 안다고 해도 과연 있는 그대로의 그, 그의 무의식과 과거마저 이해할 수 있을까? 타자는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이기에 타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고정된 사물을 이해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의 것이다.
타인에 대한 나의 이해는 결국 나의 가치관과 시각에 의해 왜곡된 착각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인을 설명한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도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동시에 나의 이해력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그만의 신비로움, 그의 특이성 역시 받아들이는 것이다. 만약 한 개인이 무엇인지를 절대적인 방식으로 규정하고자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타자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오만한 폭력일 수 있다. 나는 타인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동정심, 공감을 통해 타인을 이해할 수 있으며 바로 그런 정서적 소통이 가능하기에 우리는 고독을 피할 수 있다.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에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곧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타인을 보다 더 잘 알기 위해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분명 헛된 노력이 아니며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 해석
     청소년 진로학교를 운영할 때 일이다. 시간을 가지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매주 과제가 있었다. 수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학생은 과제를 ‘못’하는 학생이 아니라 ‘안’하는 학생이다. 하려고 했지만 못 해온 학생은 못했던 이유를 해결하거나 도와주면 같이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잠깐의 시간을 내지 않고 과제를 안 해온 학생은 활동을 같이 하기가 쉽지 않다. ‘할 수 있지만 이러쿵저러쿵해서 안 한 거야’라는 자기 합리화는 쉽게 고치기 어렵다. 기술이나 지식은 단기간에 교육이 가능하지만 태도를 만들거나 바꾸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 ‘못’ 하는 걸까 아니면 이해 ‘안’ 하는 걸까? 앞의 ‘학자의 대답’ 텍스트를 이 기준으로 해석해 보면 이렇다. ‘타인을 이성적으로 정확히 아는 것은 ‘못’한다. 정서적 소통(사랑, 동정심, 공감)을 통한 이해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은 다음 두 가지다.
  ① 타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② 정서적 소통을 한다.
철학자 강신주는 철학의 근본적인 특징은 상기(remind)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을 짚는 것이다. 앞의 ①,②번이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인지하고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머리로만 이해하고 마음으로는 체득이 되지 않아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에 대한 추가적인 어떠한 정보나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접근 태도를 바꿔야 하는 하는 것이다.
     독자 중에는 여기까지 따라오시면서, ‘뭐 알겠는데, 다른 사람 속에 들어갔다 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태도를 바꿀 특별한 방법이 없으니 그저 최선을 다 해보자고밖에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이걸 뭘 이렇게 길게 해석하고 있나’ 하실 것 같다. 여기 특별한 체험이 있다. 다른 사람이 되어 완전히 입장을 바꿔볼 수 있다. 게임에서나 가능한 일인데, 심지어 게임에서도 거의 시도가 없었다. 이 어려운 것을 시도했던 논란의 게임을 소개한다.
 



게임으로 답하다

 
  이름 : 라스트 오브 어스 part2 (The Last of US part II) / 청소년 이용불가
  제작사 : NaughtyDog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 2020년 6월 19일 (최초 출시일)
  *게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다른 사이트를 참조하세요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위의 희생자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얼마나 쉽게, 복수를 하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정의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당신은 그들을 얼마나 멀리 인도할 수 있을까요?
만약 당신이 성공했다면 당신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전과 같을 수 있을까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에서는, 우리가 매일 주변에서 목격하는 인간 본질의 어두운 면과 폭력의 악순환에 관한 어려운 질문에 대한 탐구에 관한 경험을 창조하는 것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 수백 명의 개발자들은 단순한 오락거리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여러분들의 정의와 공감에 대한 견해에 도전이 될 수 있는 작품이길 기원합니다.
너티독의 모든 직원들을 대표해 이 여행에 동참해 주심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닐 드럭만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전작인 '라스트 오브 어스'가 최고의 게임 중 하나로 꼽히기에, 후속작인 '라스트 오브 어스 part 2'에 대한 기대는 엄청났었다. 나 또한 그랬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플레이하고 싶어 예약구매를 해서 미리 다운받아 놓고, 게임 플레이가 열리는 6월 19일 자정만 기다렸다. 밤새하고 아침에 바로 출근하기 위해 미리 저녁에 잠을 잤다. 몰입해서 게임을 하던 중, 주인공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아는 주인공은 조엘과 엘리인데 모르는 캐릭터를 플레이해야 했다. 이때의 당황스러움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예고 없이 주인공이 바뀌는 경험은 처음이기에 '엘리가 왜 갑자기 살이 찐 거지? '라고 생각했다. (같은 사건을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시점에서 보는 '428 ~봉쇄된 시부야에서~'같은 비주얼노벨 게임도 있지만 어드벤처 게임에서 주인공이 바뀌는 것은 처음이다)

갈등관계인 두 주인공을 번갈아가면서 플레이한다


     나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감상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 섞이지 않은 온전한 내 감상이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이 게임과 관련된 어떤 정보도 보지 않았고, 30여시간의 플레이 후 엔딩을 봤다. 내 첫 감상은 너무나 강렬하면서 혼란스러웠다.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완전한 입장 바꾸기'의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주인공이 한명이기에 그의 입장으로 선악을 판단했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는 서로 상반되는 입장을 가진 두 명의 주인공에게 모두 이입이 되어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나의 경우는 이랬다. 시간이 지날수록 훨씬 더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기존 주인공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아무리 입장을 바꿔 경험을 하더라도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평가·판단은 할 수 없었다. 인간이라면 결국 마음이 합해져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고 생각했다.
     이 게임은 엄청난 기대를 받았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작품의 내용과 표현방식에 대해 그리고 감독에 언행 등 작품 외적인 것에서도 정말 많은 논란이 있다. 최근 3년 안에 있었던 게임과 관련된 논란 중에 적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것이다. 그렇다고 이 게임이 해서는 안 되는 게임이냐? 절대 그렇지 않다. 메타크리틱 유저 평점이 5.8점인데, 8~10점으로 평가한 유저가 38,985명이고 0~4점으로 평가한 유저가 36,547명이다.(2023년 5월 2일 기준) 논란에 가려 좋은 경험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완전히 상대방이 되어보는 경험은' 정말 많은 생각과 감정을 자극하는 교육적인 경험이다. 이것은 오직 게임으로만 할 수 있다.
 



Q.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가?"


A.

"입장을 완전히 바꿔서 해보자. 어때?

이해가 수월해 지니, 아니면 더 혼란스럽니?"


- 라스트 오브 어스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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