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관자재 1 02화

편백나무의 명암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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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섬인 제주엔 화산 분화로 만들어진 봉우리인 오름들이 많지요. 산책 삼아 인근 오름에 오르곤 합니다. 오름엔 식목일날마다 나무들이 심겨지는데 대부분 편백입니다. 국민들이 직접 나무를 심는, 산림청의 ‘내 나무 갖기 캠페인’을 통해 매년 수백만 그루의 편백나무가 식재되기도 하지요.


‘내 나무 갖기 캠페인’ 대상지인 105곳 중 40곳에 편백나무가 심겨질 정도로 편백의 비중이 큰 것은 국민 선호도가 높아서랍니다. 편백이 뿜는 피톤치드의 효능에 대중들이 주목한 결과이지요. 편백 숲에서의 산림욕으로 아토피가 치유된 사례들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편백나무가 앞다퉈 심겨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선 삼나무와 함께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인 편백을 두고, 전체 조림지의 25%인 일본과 달리 한국은 5%에 불과해 걱정 없다고 산림청이 말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20%가 꽃가루 알레르기인 현실에선 고민할 문제입니다.


부족(虛) 뿐만 아니라 지나침(實) 또한 병으로 진단하는 한의사로서 편백의 피톤치드를 너무 강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맹목적으로 좋다고 믿는 우유 신화, 홍삼 신화에 이어 새로운 신화(神話)의 탄생이 우려됩니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짙은 법입니다. 약효가 뛰어난 것은 반작용도 클 수 있지요. 편백의 치유력이 우수하다면 그 효능이 오히려 해롭게 작용하는 체질이나 환자, 상황은 없는지 연구해야 합니다.


편백에는 타감(他感)작용이 있습니다. 나무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다른 식물의 생존을 막는 것이지요. 편백나무 아래로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타감 식물들은 우수한 약효를 발휘합니다만 그 타감 작용이 오히려 해로운 사람이 존재합니다. 편백나무 아래에서 자라지 않는 식물처럼 말이죠.


제 딸이 그렇습니다. 8년 전에 편백 산림욕으로 알레르기가 호전된 환자들을 접하면서 딸아이 방의 모든 가구를 편백 원목으로 바꾸었더니 평소에 없던 알레르기 결막염과 비염이 생기더군요. 이를 계기로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 편백으로 가공된 제품을 사용한 후로 면역 질환이 야기된 케이스를 몇몇 접했습니다. 학술적으로 문제 삼기엔 사례가 부족하지만 편백나무가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좋다는 생각이 틀림을 지적하기엔 충분합니다.


우수한 효능으로 주목 받을수록 반작용도 함께 고민해야 함은 편백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지나침도 질병인 한의학의 관점에선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좋은 약은 없습니다. 면역질환을 연구하는 한의사로서 편백의 산림욕 효과를 인정하지만 체질과 상황에 따라 그렇지 못한 사람도 존재함을 고민하기에 편백 신화가 만들어지지 않길 바랍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토종 나무들이 다양하게 심겨지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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