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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관자재 2 19화

야채의 건강한 쓴맛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한의학에선 약물을 포함하여 음식을 다섯가지 맛으로 구분한다고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신맛(酸味), 쓴맛(苦味), 단맛(甘味), 매운맛(辛味), 짠맛(鹹味)으로 구분하지요. 그리고 이상 다섯가지 맛에 치우치지 않는, 심심한 맛인 담미(淡味)를 건강한 맛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런데 담미는 현대인이 선호하지 않습니다. 담미 지닌 음식이 인기 없음을 보면 알 수 있지요. 담미의 대표 음식인 쌀(밥)의 수요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건강한 맛이지만 현대인에게 인기 없는 담미와 함께 쓴맛도 소외됩니다. 쓴맛을 대표하는 음식이 야채, 특히 뿌리 채소인데 현대인은 야채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샐러드를 좋아한다고 반문하는 분이 계실 터인데 이는 엄격히 말해서 야채에 뿌려지는, 단맛나는 소스를 즐기는 것입니다. 단맛, 신맛, 매운맛 소스가 뿌려지지 않아서 쓴맛만 부각되는 야채를 맛있게 여기는 현대인은 많지 않습니다. 만약 계시다면 건강한 입맛을 지닌 분입니다. 현대인에게 쓴맛은 담미 다음으로 건강한 맛이니까요.


사실 우리가 쓴맛을 선호하지 않음은 생존 본능이기도 합니다. 야생의 독毒은 쓴맛을 지니기 때문에 쓴맛 나는 먹거리를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독이 아닌 전제에서 쓴맛은 담미 다음으로 건강한 맛입니다. 현대인들에겐 특히 그렇지요. 쓴맛인 고미苦味는 한의학 관점에서 치솓는 화火를 진정시키고, 뭉친 열熱을 풀어주는데 현대인은 스트레스로 인한 화병火病과 열熱이 뭉쳐서 생기는 염증 질환이 많으니 쓴맛 나는 음식을 약 삼을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에게 쓴맛 음식은 먹거리를 넘어서 약인 셈이지요.


한의학에선 염증 치료에 탁월한 한약재들이 많은데 공통적으로 쓴맛을 지닙니다. 이에 화병이나 염증 환자인 경우 식이관리에 있어서 쓴맛 나는 야채, 특히 뿌리 야채를 먹는 것이 큰 도움되지요. 다만 뿌리 야채는 섬유질이 질긴 탓에 소화에 부담될 수 있으니 소화기 약한 분들은 뿌리 야채 끓인 물을 마시기 권합니다. 국이나 찌개에 요리 재료로 넣어도 좋습니다.


기적의 야채스프를 아시나요? 5가지 야채를 끓여서 만드는 것인데 환자분들의 섭생에 도움됩니다. 그 5가지 재료 중에 우엉과 표고버섯이 쓴맛을 대표하지요. 담미 지닌 밥에 쓴맛 나는 야채를 반찬 삼아 매끼 식사하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지만 매번 이렇게 챙겨 먹기 어렵다면 기적의 야채스프를 권합니다. 야채스프를 통해 고미苦味를 섭취할 수 있어섭니다.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야채스프가 기적이란 명칭이 붙을 정도로 효과적인 것은 야채의 쓴맛이 현대인의 화병과 열병을 훌륭하게 치료해내기 때문입니다.


야채스프 만들기 번거롭다면 우엉이나 연근처럼 쓴맛나는 뿌리 야채를 불에 살짝 볶은 다음 끓여서 차茶처럼 음용하시길 권합니다. 커피와 녹차도 그 효능이 쓴맛에서 나오지만 카페인 부담이 있으니 뿌리 야채차의 고미가 더 효과적입니다. 감미甘味 범벅인 과일쥬스나 청량음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한 음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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