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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관자재 2 18화

건강한 음식의 맛과 성질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구성 요소를 분석하지 않는 전일주의 패러다임을 지닌 한의학은 부분 아닌 전체 현상을 해석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음식에 있어서도 마찬가진데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으로 분석하고, 칼로리를 계산하는 서양과 달리 한의학은 음식을 성미性味로 해석합니다. 음식의 성性은 따듯함(溫), 뜨거움(熱), 서늘함(冷), 차가움(寒) 이상 네가지로 분류되고요. 미味는 신맛(酸), 쓴맛(苦), 단맛(甘), 매운맛(辛), 짠맛(鹹) 이상 다섯가지로 나뉩니다. 이러한 사성四性과 오미五味는 본래 한의학에서 약물을 다루는 개념인데 이는 음식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식약동원食藥同原이니까요.


그리고 사성과 오미 외에 평성平性과 담미淡味란 개념이 있습니다. 평성平性은 양陽(따듯함과 뜨거움)이나 음陰(서늘함과 차가움)에 치우치지 않는 성질이고, 담미淡味는 시거나 쓰거나 달거나 맵거나 짜거나 하는 맛이 뚜렷하지 않은 담담한 맛입니다. 담미의 경우 저 개인적으론 은근한 단맛으로 해석하는데요. 앞선 글에서 자세히 말씀드렸습니다.


음식에 있어선 약물과 달리 사성, 오미 이상으로 평성과 담미가 중요합니다. 음식이 약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독성이 없다는 점이지요. 한의학 관점에선 사성이 뚜렷할수록 독성이 강하니 평성에 가까워야 독성 없는 음식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약물은 아플 때에만 단기간 복용하기 때문에 사성에 크게 치우쳐서 독해도 괜찮지만 매일 먹는 음식이 그래선 안되겠지요. 따라서 음식은 평성에 가까울수록 좋습니다. 맛에 있어서도 음식은 오미에 치우친 자극적인 것보다 담미가 건강에 더 유익합니다.


요약컨대 사성과 오미에 치우친 약물과 비교해서 음식은 평성과 담미에 가까울수록 건강하게 오래 먹을 수 있습니다. 식약동원에 해당되는 음식은 약물처럼 사성, 오미가 뚜렷한 것이지요. 예컨대 음병陰病에 걸린 환자가 음식을 약으로 삼고자 한다면 사성에 있어선 따듯하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고, 오미에선 맵거나 짠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다만 이는 병에 걸린 상황에서 그렇습니다. 치유된 후에는 평성과 담미의 음식을 먹어야 하지요. 음병이 나았는데 따듯하고, 뜨겁고, 맵고, 짠 음식을 계속 먹으면 오히려 양병陽病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균형의학인 한의학의 관점에서 약물은 건강의 균형이 잡힐 때까지만 복용해야 하는데 이는 음식도 마찬가집니다. 환자가 병이 치유되면 사성과 오미가 약물처럼 강한 음식보다 평성과 담미 지닌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평성은 사성의 균형점이고, 담미는 오미의 중심점이니까요. 매일 항상 먹는 것은 균형과 중심이 되는 음식이라야 그 건강이 지속적으로 유지됩니다. 즉 사성과 오미는 질병을 다스리는 치료의 도구이고, 평성과 담미는 건강을 유지하는 양생의 핵심이지요.


"걔 완전 밥맛이야" 재수 없는 상대에게 내뱉는 욕으로 밥이 사용되지만 사실 밥은 평성과 담미를 대표하는 음식입니다. 우리가 밥을 주식으로 삼는 이유가 그래서지요. 만약 밥이 사성과 오미가 치우친 것이라면 절대 주식으로 먹을 수 없습니다. 사성과 오미가 뚜렷한 음식이나 약물을 항상 먹으면 건강의 균형이 무너져서 질병에 걸립니다. 질병 치료에는 사성과 오미, 건강 유지에는 평성과 담미를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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