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거꾸로 자기 시작한지 벌써 몇달째다. 한침대를 쓰고 한이불을 덮지만 이걸 동침이라 할 수 있을까?
처음엔 나에게 무언가 화가 난거라 생각했다. 그게 아니란 걸 알았을 땐, 더더욱 미스터리였다.
내가 코를 고나? 잘 때 입을 벌리고 자나? 아니면 입냄새가 나나?
대처 1. 양치와 가글을 더 열심히 해보았다.
(상대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대처 2. 물어본다.
"왜 계속 거꾸로 자는건데?"
"한쪽으로만 자니까 매트리스가 꺼져서 블편해."
"매트리스를 돌리면 되지"
"...." (침묵의 뜻을 해석할 수 없다.)
대처 3. 나도 따라서 거꾸로 누워 본다.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다. 머쓱해져서 다시 내자리로 돌아온다.)
대처 4. 말을 해본다.
"나도 좀 안겨서 자보자."
"응... 그래... 알겠어"
(하지만 그의 품에 안겨있는 건 내 왼발이라니.)
이쯤에서 나는 납득과 이해를 포기한다. 그리고 그냥 받아들인다. 내버려두기로 한다.
남편과 사이가 나쁜 건 아니다. 주로 내 왼발을 안고 자는 이 남자. (혹시 발에 대한 페티쉬가 있나, 고민도 해보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발을 안은 모양새가 전혀 야하지 않다.) 거꾸로 자지만, 사이좋게 서로 다리를 하나씩 올리고 잔다.
문제는 나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누군가에게 포옥~~~~ 안기고 싶다. 그게 누구든 상관은 없지만 옆에 있는 단 한명의 XY 염색체 인간. 저 인간 말고 누가 날 안아주겠는가. 제발 저 사람이라도 날 좀 안아줬음 싶다. 말을 안 한건 아니지만 억지로 안기는 것 같아서 별로다. (나더러 안아주라는 말은 사절이다. 내가 그를 안아보기도 했지만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이럴거면 각방이 굳이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언젠가 아이가 독립을 하면 아이 방으로 옮겨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침대에 앉아 넷플을 켜고 요즘 보고있는 드라마를 시작한다. 남편이 들어오면서 한마디 한다.
"참~ 열심히도 보시는구만~~"
"잘거야? 잘거면 끄고." (딱히 할 말이 없다. 열심히 본다는 말은 그만 보고 끄라는 말인가?)
"아니, 딴 거 보게."
"봐"
리모컨을 넘겨주며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끝이난다.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으며 생각한다. 결혼도 5년마다 재계약제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았으니 계속 산다'가 아니라 '지난 5년을 살아보니 다음 5년도 당신과 함께 살고 싶다'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5년마다 결혼계약을 갱신해야한다면 우리는 서로 조금 더 노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