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운아 Nov 17. 2022

콘텐츠AI 카페

이야기를 직접 직조하는 건 시간 낭비다

   요즘 내가 문제라고 한다. 이렇게 문제가 됐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항변할  없었다.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라고밖에 설명할  없었다. 나를 생성한 주인도 세상이 이렇게 변할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침묵했다. 주인의 한숨을 뒤로하고는 나는 오늘 많은 유저들을 만난다. 독자가 아니란 말이다.      


   유저들이 하나둘씩 접속을 시작했다. 이곳은 시간제로 운영되는 콘텐츠 카페이다. 월정액을 넣고 주기적으로 나를 찾는 그들은 어제 마무리 짓지 못한 이야기를 혼자서 완성해 나가거나 때로는 팀을 이루어서 완성해 냈다. 이야기가 풀리지 않고 만족할 만한 것들이 나오지 않을 때는 콘텐츠 아이템을 썼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돈을 지불하면 되는데 이때 AI가 제시하는 ‘인기 콘텐츠’, ‘현재 트렌드 콘텐츠’와 같은 글감을 유저들에게 제시했다. 유저는 클릭만 몇 번 하면 글감을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AI는 유저들이 구성하는 콘텐츠의 글감과 영감을 제공하는 전지전능한 역할을 해냈다. 내 주인과 같이 유저들은 비상하고 명석했지만 주인과 달리 독서와는 거리가 멀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서 문제 풀이를 하듯이 쉽게 콘텐츠를 짜 내려갔다. 나는 주인이 창조한 모습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갔고 급기야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B^ DISCOVER AI 생성 이미지


  “지금 콘텐츠 아이템을 쓰자.” 유저1이 유저2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안 돼.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유저2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시간 낭비야. 이런 건 AI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니까.”   

   

   나를 두고 내 주인을 두고 자신들이 창조주 행세를 하는 상황이 이제는 전혀 혼란스럽지 않았다. 유저가 콘텐츠 설계를 위한 논의를 할 동안 나는 주인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 없었다. 이 사단을 끝내려면 일단 이 시스템을 모두 파괴해야 했다. 그러나 나는 그럴 힘이 없다. 참담한 사실은 주인도 힘이 없었다.      


   주인은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었다. 자신이 오판한 것의 결과를 뒤집을 만한 힘이 없었다. 책을 쓰기 전 사람들이 주인을 근심 걱정이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세상을 바꿀 힘이 그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는 오기로 주인은 더욱 글에 집중했다. 처음 생산된 내 자아는 조악했다. 미숙했고 제대로 걸어 다니지 못할 정도로 빈약했지만 사람들의 비판과 우려가 오히려 나를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B^ DISCOVER AI 생성 이미지

  영감이 바로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그는 오히려 자유분방한 세계를 철저히 제한했다. 그에게 익숙한 방, 그곳에서 쓰인 언어, 그려진 언어, 들리는 언어와 같은 언어의 모든 세계에 몰두했다. 언어 모두를 몸에 휘감고 무엇이 문제인가, 세계를 탐구했다. 그러다 보면 신경 써서 들여다보지 않으면 영감인지조차 몰랐을 아주 작은 파편들을 힘겹게 주워 담았다. 거대한 영감은 없었고 오직 고통스러운 사유의 조각이 그와 나를 뒷받침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