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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운아 Nov 17. 2022

영원한 분리

완벽했던 그녀를 이상하게 떠나보내다

   

  주인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어머니와 같아서 매우 조심스러운 성격이었다. 그가 아버지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그날 밤 주인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그녀에 대해 아버지한테 이야기했다.      


  “아버지, 그런데 한 가지 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요.”

  “뭐냐?”

  “그녀는 전혀 꾸미지 않아요.”

  “그러냐? 어미랑은 좀 다르구나.”

  “네, 아버지. 저도 그 부분이 좀 이해가 안 돼요.”


  주인은 항상 자기도 모르는 이끌림에 의한 사랑이 무척 궁금했다. 그 의미를 알고 싶어 했다. 아버지에게 한 질문은 그의 선택이 좀 의아한 것 같아서였기도 했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와 정신적으로 가까워지고 싶었고 깊게 이해하고 싶었다. 주인은 이러한 사랑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지만 왜 그녀가 좋은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사랑의 세계관이 그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그녀와 갈등이 생겼을 때는 갈등도 그는 그가 알아내고 감내해야 하는 세계관이라 여겼다. 갈등을 소중히 했고 꾸미지 않는 그녀였지만 그녀의 모순된 부분도 감싸 안아야 한다고 했다.      


  “이건 너무 지루하잖아.” 유저3이 이야기했다.

  “맞아. 사랑은 그냥 우리의 콘텐츠를 밝혀 줄 단순한 글감으로만 쓰고.” 유저4가 맞장구쳤다.

  “갈등 없는 사람을 만납니다. 이런 콘셉트 어때?”


   나는 사랑으로 설정된 콘텐츠에서 갈등 없는 사람을 만나는 콘텐츠를 이끌어 나가는 자아이다. 갈등이 없는 사람을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현실에 없는 사람을 유저3과 유저4는 가상 세계를 진짜 현실인 것처럼 콘텐츠 엮기에 활용한 것이었다.      

  

  나는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 달리  꾸미지 않았다. (다른 콘텐츠에서 차용) ‘나는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부동산 사업을 하셔서….’      


  “이 부분의 콘텐츠 아이템은 기존 유저들이 구성한 것으로 사용하자. 돈이 돼?”

  “응. 충분히.”

  “그럼 콘텐츠 아이템을 구매하자. 지금 결제해.”      


  유저3과 유저4가 기존 유저1과 2의 콘텐츠 아이템 일부를 구매했다. 유저1과 유저2는 이렇게 수익을 거뒀다.      


B^ DISCOVER AI 생성 이미지

  나의 어머니께서는 부동산 사업을 하셔서 말끔하고 세련된 어머니의 모습만을 봐 왔다. 그런데 꾸미지 않는 수수한 그녀를 보고서는 처음에는 매력을 느꼈다. 편안한 차림, 인위적으로 만든 향이 없는 사람의 냄새에 나는 그만 일상이 주는 지루함에 빠져 버렸다. 그러나 그녀와 큰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가 항상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었던 것은 그는 곤란한 상황에서 유연한 대처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 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머리를 식히고자 친구가 건네준 카드를 집어 들었는데 그것은 나를 갈등 없는 세계로 인도했다. 거기에는 나의 구미에 맞게 적당히 꾸밈을 한 한 여인이 있었는데 어머니의 모습에서만 여인을 찾던 나의 인식을 전환해 줬다. 그녀는 우리 어머니가 소유했던 완벽한 모성애와는 전혀 달랐다. 새로운 그녀는 인간미와 모성애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여인이었다.   


B^ DISCOVER AI 생성 이미지

   내 주인은 모니터를 통해서 나를 읽었다. 몇 글자 되지 않는 나를 읽고는 주인답지 않게 울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주인은 딱 한 번 울었는데 수수한 그녀가 그를 떠나갔을 때였다. 지금 내 주인 앞에 나타난 나는 그때의 나보다 더 확장됐는데 그는 도통 나를 반기지 않았다. 나는 자각할 수도 없고 갈등할 수도 없었다. 다만 주인이 심혈을 기울여 넣은 그때의 성질이 아주 조금은 남아 있었는지 주인의 슬픔을 완전히 모른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게는 갈등이 없다. 망연자실한 주인 앞에서 화를 낼 수 없었다. 그저 다른 무한의 유저가 와서 나를 다른 콘텐츠와 세계관으로 인도해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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