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돈보다 낫다
<2024년 07월 05일>
-스텔라의 생일-
AM 10:45
간단하게 시리얼로 아침을 때운 석영이 스텔라에게 차 키를 받아, 제주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석영은 공항 게이트 입구 앞에 도착하자, 2번 게이트 입구 앞에, 각자 캐리어를 옆에 두고 서 있는 두 사람
회색 셋업 세미 수트를 입고, 어깨까지 오는 기장의 검은색 중단발 헤어 스타일을 한 여자
이름: 권경임
나이: 41세
직업: 법무법인 [사람] 대표 변호사
특이사항: 스텔라의 고등학교 동창
버건디색 캐리어 옆에 서 있는 경임 옆으로는 와이드 진 청바지에 검은색 오버핏 티셔츠를 입은 한 남자는
짧은 리젠트 컷의 흑발을 하고, 검은색 캐리어 옆에 서 있다.
이름: 이환이
나이: 41세
직업: 용산경찰서 형사 2팀 팀장 경위
특이사항: 스텔라의 고등학교 동창
두 사람은 스텔라의 차량을 발견하고 동시에 손짓했고, 석영이 조수석 창문을 내리자, 스텔라가 아니라 석영이 운전하고 있다는 걸 알고 탄식한다.
"아, 뭐야~ 스텔라 차를 왜 니가 운전하고 있어~ 훔쳤냐?"
"아니, 픽업 와줘도 난리야~ 그냥 간다~?"
석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트렁크에 캐리어 두 개를 싣고, 이미 조수석엔 경임, 뒷좌석엔 환이가 타고 있다.
"이미 탔눈데에~ 스텔라는?"
"요리 중~"
"아니, 걔는 왜 지 생일 상을 왜 지가 차려~ 설마 미역국도 지가 끓였어?"
"미역..국? 메뉴에 없던데?"
"메뉴가 뭔데?"
"몰라, ㅈ나 많아~"
"그럼 미역국은 너라도 끓여 놔야지, ㅅㄲ야~"
"미역국 할 줄 몰라, ㅅㄲ야~"
"야, 둘 다 닥치고 마트 들러~ 가서라도 끓여주게~ 생일에 케이크는 안 먹어도 미역국은 먹어야지~"
"그럼 케이크도 사자~"
"스텔라 케이크 별로 안 좋아하잖아~"
"그래도 티라미수랑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먹어~"
"그럼 마트 들렀다가 ㅂ라도 들러~"
세 사람은 마트에서 미역과 소고기를 사고는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매장 위치를 찾아, 안으로 들어간다.
직원들이 밝고 친절한 인사로 이들을 맞이한다.
"어서 오세요~ ㅂㅅ킨 ㄹㅂ스 입니다~"
경임이 바로 케이크가 진열된 쇼케이스 냉장고로 직행해, 새로 나온 티라미수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골랐고,
환이와 석영은 카운터 쪽 쇼케이스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 종류들을 보고 있다.
"경임아, 아이스크림도 사갈까? 스텔라 무지개 샤베트 좋아하잖아~"
"그럴까? 우리 먹을 거는 우리 3일 밖에 안 있을 거니까 파인트 하나 할까 봐~스텔라는 섞인 거 싫어하니까 레디 팩이랑 블록 백 여러 개 사자~저희 주문할게요."
"네. 말씀해 주시겠어요?"
"저기 '한입 가득 티라미수' 케이크 하나, 파인트 하나 하구요. 헤이즐넛 젤라또 하나, 애플망고 젤라또 하나, 블록 백 초콜릿 하나, 레디 백 무지개 샤베트 하나,
이렇게 계산이요."
"네. 결제 도와드릴게요~"
직원이 결제가 완료된 후, 파인트 3가지 맛을 선택해 달라고 했고, 환이와 석영이 고른다.
"엄마는 외계인~"
"경임아, 너도 골라~"
"아냐, 난 상관없어~"
"아, 단 거 싫어하지? 음...알폰소 망고 하나랑 나머지 하나 뭐하지?"
"슈팅 스타?"
"엄마는 외계인이랑 알폰소 망고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렇게요~"
"슈팅 스타는 선 넘지."
"아, 왜~? 맛있는데~"
"닥쳐."
그렇게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아이스크림도 한가득 사서 펜션으로 향하는 세 사람
펜션 입구 앞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경임과 환이도 압도적인 크기와 높이의 정문과 담벼락을 보고, 석영의 반응과 다르지 않게 감탄을 쏟아냈다.
일단은 스텔라와 먼저 인사를 하기 위해 곧장 본관 안으로 들어갔고, 주방에서 한창 요리 중이던 스텔라는 경임과 환이를 반갑게 맞이했으며,
아직 요리가 덜 됐으니 상 차리는 동안, 두 사람에게 본관과 별채 안내를 석영에게 부탁했다.
경임은 그들에게 합류하기 전,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소고기는 냉장고에 넣고, 미역은 볼에 담아 물에 불려 놓고는 두 사람을 뒤따라간다.
석영이 두 사람을 데리고 본관 1, 2층과 외부 그리고 별채 1, 2층을 돌았고, 두 사람은 내부 곳곳을 돌아볼 때마다 이런 데서 평생 살고 싶다며, 연이어 감탄한다.
그 와중에 초인종이 울렸고, 스텔라는 정문으로 나가 문을 열자, 문 앞에는 메이든이 오른손에는 꽃다발을, 왼손에는 쇼핑백을 들고 서 있었으며,
스텔라를 따라 본관 안으로 들어온 메이든 또한, 모델 하우스를 연상시키는 펜션 내부에, 건축 디자이너인 그의 시선에도 세련된 구조와 인테리어,
외부 정원과 조화를 이루는 면이 센스가 돋보였다.
메이든은 가져온 꽃다발부터 스텔라에게 건넨다.
"생일이라고 하셔서 도저히 빈손으로 오는 건 좀 아닌 거 같아서요~ 플로리스트한테 젤 예쁘게 해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것도."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쇼핑백도 건네는 메이슨
"별거 아니구요. 향수에요~ 항상 좋은 향이 나길래 향수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샀어요~"
"선물 달라고 초대한 거 아닌데~ 고마워~ 열어봐도 돼?"
"네~ 그럼요~ 안 좋아하는 향이시면 ㅅ세계 백화점 가시면 매장에서 일주일 내로 교환할 수 있대요~"
쇼핑백을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안에 들어있던 상자를 꺼낸다.
A4 크기의 상자 커버를 열자, ㅈ말론 향수가 있는데, 하나는 너무 달지 않은 배와 은은한 프리지아가 생각나는 잉글리쉬 페어 앤 프리지아,
다른 하나는 울창한 숲이 우거진 곳에서 가까운 곳에 시원한 바다와 따뜻한 해변을 연상케 하는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 코오롱 향수 100mL 짜리
두 개가 들어 있다.
스텔라는 향수 두 개 모두 향을 맡아 본다.
"오~ 둘 다 향 너무 좋은데?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는 제주도랑 너무 잘 어울린다~"
선물한 향수의 향을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놓이는 듯 안심한다.
"다행이다~ 맘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제주도에 있는 동안 뿌리고 다니면 되겠다~ 친구들도 와 있거든? 일단 앉아 있어~"
"뭐, 도와 드릴까요?"
"아냐, 아냐~ 다 했어~ 차리기만 하면 돼~"
"너무 늦게 왔나 봐요~ 차리는 거라도 도울게요~"
메이든은 그녀가 완성된 요리가 담긴 냄비, 그릇, 접시들을 건네면 아일랜드 식탁에 하나씩 올려놓는다.
가운데엔 매인 요리인 돼지 등갈비 폭립, 밀푀유나베, 모둠 조개찜을 놓고, 사이드로는 감바스, 단호박 조림, 아스파라거스 베이컨 말이, 양파튀김
그리고 다섯 사람이 앉는 자리마다 스테이크 덮밥을 놓는다.
아직 아일랜드 식탁에 올리지 않고, 주방 조리대 위에 있는 소시지 빵, 참치 카나페, 상추 샐러드 그리고
9첩 과일(금귤, 천혜향, 한라봉, 딸기, 단감, 파인애플, 포도, 샤인 머스캣, 멜론)까지 스텔라가 준비한 음식이 총 12가지나 된다.
그 사이 펜션 구경을 하던 세 사람이 본관으로 들어온다.
"아, 여기 석영이는 알 거고, 이렇게 넷이 고등학교 동창~"
"안녕하세요. 권 경임입니다."
경임은 명함 케이스를 꺼내 명함 한 장을 메이든에게 건네자, 메이든도 명함 케이스를 꺼내 명함 한 장을 경임에게 내민다.
"안녕하세요. 메이든 드완입니다. 변호사님이시네요~"
이어서 환이도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메이든에게 내밀자, 메이든은 환이에게도 명함을 주며 인사를 한다.
"이환이입니다."
"안녕하세요~"
짧은 인사를 나누고, 경임은 불려 놓은 미역과 소고기를 꺼내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환이는 스텔라가 음식과 함께 곁들여 먹자고 했던 와인을 찾아 오픈하고, 아이스 바스켓에 칠링을 해놓고, 와인잔도 다섯 잔을 꺼내 와, 자리마다 배치해 놓는다.
미역국이 다 끓여지고 각 국그릇에 담아 자리마다 놓고 나서야 자리에 앉아, 대화를 하며 먹기 시작한다.
"이걸 언제 다 준비했어~ 니 생일인데 니가 너무 고생한 거 아냐?"
"나 보러 제주도까지 왔는데 이 정도는 별거 아니지~ 맛없어도 많이 먹어~"
"에이~ 맛없을 리 없지~ 메이든, 얘 요리 잘해요~"
"다 너무 맛있어요~"
"메이든, 건축 디자인은 어떻게 하게 됐어?"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으로 내가 건축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우리 팀은 가상으로 오래된 창고를 개조해서
커뮤니티 센터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그 과정에서 나는 건축이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걸 느끼고, 대학교 전공도,
졸업하고 나서도 건축 디자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축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게 너무 매력적이더라구요."
"와, 멋지다! 그래서 대학교에서도 건축 디자인을 전공했어?"
"네. 대학교에서 본격적으로 건축 공부를 하고 싶어서 전공도 건축 디자인을 선택했어요.
처음에는 이론적인 부분이 많아서 조금 어렵기도 했지만,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점점 더 흥미를 느끼게 됐어요.
특히, 지역 사회와 협력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수업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그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메이든, 되게 생각이 깊구나~"
"첫 프로젝트는 뭐였어?"
"첫 프로젝트는 작은 마을의 도서관 리모델링이었어요.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주민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했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완성했는데, 주민들이 새로워진 도서관을 보고 정말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뿌듯하더라구요.
내가 만든 공간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면서 큰 보람도 느꼈어요."
"지금도 그 도서관을 보면 기분이 남다를 것 같아~"
"맞아요. 양평에 있는 작은 도서관인데 여전히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고, 가끔 생각날 때, 울적한 기분이 들 때 쉬는 날 가보곤 해요~
그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더욱 확고히 다질 수 있었던 프로젝트이기도 해서요."
"메이든 얘기 들으니까 나도 건축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것 같아."
"가우디 투어? 그런 것도 있던데 그것도 가봤어?"
"아뇨. 진짜 가고 싶어요~ 스페인이 젤 유명해서 거기도 가고 싶고, 이탈리아도 가고 싶은데 졸업하고 나서 운 좋게 바로 취업해서 갈 시간이 없었던 거 같아요.
조만간 큰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인데 여기 제주도도 그 프로젝트 전에 여행 온 거거든요. 그 프로젝트 끝나면 스페인이든 이탈리아든 가우디 투어를 가 볼까
생각은 하고 있어요~"
"최근에 한 프로젝트가 뭐였어요?"
"최근에 카페 디자인을 했어요. 모던하고 깔끔한 디자인이었는데, 그 카페는 상권 특성상 사람들이 편하게 대화를 하러 오거나
근처 병원 병문안을 온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조명에 많이 신경 썼죠."
"카페 사장이나 사람들 반응은 어땠어요?"
"카페 사장님이 방문하는 손님마다 바뀐 인테리어가 너무 좋다고 한마디씩 해주시고, 매출도 늘어난 거 같아서 감사하다고 해주셔서 저도 기분이 좋더라구요~"
"한량이, 개업하는 무인 편의점 인테리어 좀 부탁해봐~"
"카페였으면 벌써 명함 받아놨을 텐데, 무인 편의점이라 그냥 깔끔하게만 해놓으면 되고, 무인 매장 업체가 따로 있는데
거기서 인테리어도 비용만 내면 연결된 업체가 와서 해줘~"
"이번에는 오래 잘 좀 해 봐~"
"그러니까~ 이게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초밥집도 해보고, 같은 자리에서 인테리어만 다시 해서 세계 맥주 집도 해보고, 덮밥집도 해보고, 카페도 해봤는데
계속 폐업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까~ 무인 편의점이 마지막이야. 이거마저 안 되면..하아...모르겠다..."
이렇게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메이든과 다른 친구들은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며 점점 더 가까워졌다.
서로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각자의 열정을 나누는 과정에서 그들은 자연스럽게 유대감을 형성했다.
스텔라의 생일 기념 홈파티는 깊은 대화와 웃음 속에서 따뜻한 기억으로 남게 됐으며, 각자의 이야기와 네 사람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메이든은 그들의 우정에, 친구가 돈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고, 새로 알게 된 사람들과의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