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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삶과 죽음

by 제나랑


이나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있다.

루나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이나는 남자친구를 루나와 이겸에게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고, 남자친구의 부모님에게 이나를 소개하기로 했지만,


루나의 장례식으로 인해 미뤄졌다.

하지만 슬픔이 가실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루나가 꿈에서 행복하길 바란다고 했던 말이 가슴에 남아 예정대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고,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이나는 눈부신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았고, 결혼식장의 버진 로드를 함께 걸어가 두 사람의 결실을 알렸으며,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마쳤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랑과 함께 신혼여행지인 코타키나발루로 떠난 이나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그곳에서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행복이 되는 결혼 생활을 약속했고,


따뜻한 햇살 아래 손을 맞잡고 걸으며 부드러운 바닷바람 속에서 입을 맞췄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꿈을 꾸었다.

부드러운 달빛 속에서 루나가 이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79세의 모습이 아닌,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의 모습으로.

"엄마…"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루나를 부르자, 루나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끄덕였다.

"우리 딸, 분명 잘 살 거야."

루나는 이나에게 분홍빛의 달고 탐스러워 보이는 복숭아 하나를 건넸다.

영문도 모른 채 복숭아를 받아든 이나는 자신의 배를 한없이 따듯한 눈길로 바라보는 루나의 모습에, 그 순간, 깨달았다.

그녀의 몸 안에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걸.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작은 존재가 그녀의 세상에 찾아왔다는걸.

이나의 눈에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루나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모든 것에는 균형이 있단다. 모든 생명에 따른 죽음이 있고, 모든 죽음에 따른 생명이 있지.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


내가 너를 사랑으로 키웠듯, 너도 사랑으로 키우면 그걸로 됐다.

한 생명을 키워내는 것이 고단하고 어려울 거야. 그때마다 서로 의지하고 존중하며 살아간다면 우리 딸처럼 기특하게 잘 자랄 거야. 걱정하지 마."

그리고는 여전히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으며 천천히 뒷걸음질 쳤고, 루나는 점점 희미해지면서 부드러운 바람처럼 사라졌다.

이나는 꿈에서 깨어나 조용히 배 위에 손을 올렸고, 루나의 사랑이 또 다른 모습으로 다시 세상에 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모든 삶과 죽음은 연결되어 있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모든 것에는 균형이 있다.

모든 생명에 따른 죽음이 있고, 모든 죽음에 따른 생명이 있다.

모든 삶과 죽음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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