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저녁시간이 되어 해주의 오빠 Tayler가 본가에 도착하고 오랜만에 만난 남매는 와이너리에서 가져온 와인을 마시며 회포를 푼다.
"내일 와이너리 올래?"
"또 뭐 일 시킬라 그러지."
"일할 사람은 많아~ 오랜만에 온 동생한테 일 시키는 오빠냐? 내가?"
"한국말 많이 늘었다고 자랑하는 거야? ㅋㅋㅋ"
"아니ㅎ 이번에 라즈베리 들여와서 첫 라즈베리 와인 한국 가져가라고, 으구 못난아~"
"오~ 라즈베리?"
[다음날]
의사와는 상관없이 가자고 해서 가는 욱과 첫 라즈베리 와인이라는 말에 따라나서는 이환,
그리고 해주의 네 가족이 단체로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Tayler의 와이너리로 향한다.
3시간 반을 이동해 도착한 와이너리는 작은 규모지만 와이너리 투어를 오는 관광객들에게도 평이 좋은 알찬 프로그램과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그리고 직접 이탈리아와 칠레에서 공수한 소품들로 꾸며놓았다.
Tayler의 안내로 포도나무들이 빼곡히 있는 포도원 구경을 하는데 한 줄은 라즈베리 성목들이 줄지어 있다.
포도원에서 나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와인을 테스팅할 수 있는데 더 깊숙이 들어가면 나오는 저장고를 먼저 보고 나온 후에 테스팅을 하기 위해
바테이블에 나란히 앉았고 Tayler는 와인잔들과 같이 곁들여 먹을 치즈를 직접 만든 나무 도마들을 개별로 5명 앞에 세팅한다.
"와 관광객들 투어 하러 오면 이렇게 해주시는 건가요?"
"네. 매년 조금씩 업그레이드하고 있어서 평이 좋아요."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로즈 와인을 종류별로 한 잔씩 세팅한 후에 마지막으로 라즈베리 와인을 잔에 따른다.
"(영어)이거 귀한 거라고~ 몇 병 안 나온다고~"
"(영어)오~ 맛있다~ 오빠, 나 이거 한국으로 보내줘~"
"(영어)말 안 해도 보내주려고 했다~"
"오~ Nice~"
와이너리 투어를 마치고 다시 본가로 돌아왔고 욱은 해주에게 어제 꾼 꿈 얘기를 하려는지 해주를 방으로 조용히 부른다.
"저작거리를 돌아다녔다...그게 이 역의 기억일까? 아니면 네가 다락방에서 기록을 보고 우연히 꾼 꿈일까?"
"글쎄요. 근데 살면서 그런 꿈은 꾼 적이 없구요. 여자 얼굴을 대표님이었고, 저를 전하라고 부르셨어요.
아무리 다락방에서 대표님 전생의 기록을 봤다고 해도 그 상황은 제가 기록에서 보지 못한 장면인데요? 전 아무래도 이 역의 기억 같아요."
"일리는 있네. 더군다나 내가 매번 꾸는 악몽이 있는데 그 배경도 저작거리야. 근데 난 항상 남자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잠에서 깨거든.
그게 이 역의 얼굴을 하고 있다면 빼박 이 역의 기억일텐데..."
"그래도 조금 희망이 생겼죠?"
"그러네."
해주는 방을 나와 혼란스러움을 달래려 다락방으로 올라가 해주가 보고자 하는 내용을 떠올리자 책 한 권이 해주 눈앞으로 날아와 펼쳐진다.
이 역의 출생부터 임종까지의 기록이 담겨 있지만 채경이 사가로 쫓겨나고 나서의 기록은 텅 비어 있다.
(도대체 전하의 본심은 무엇이란 말이옵니까.
전하가 소자에게 그저 사랑만 주셨던 분이었는데
소자가 곁에 없던 시간 동안 왜 그런 결정을 하신 건지,
누군가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전하의 의중이 궁금해서 이승을 편히 못 떠나고
이렇게 전하를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사옵니다.
14년 동안 단 1프로의 희망도 없이 살다가
그래도 전하의 환생을 만나서 희망이 생겼다.
장 욱이 저에게 작은 힌트 하나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
해주는 다락방을 나와서도 생각에 잠겨 천천히 한 발 한 발 이동하다가 갑자기 영혼의 기도가 들린다.
해주는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기도 소리가 점점 커진다.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누구라도 저 좀 살려주세요...
제발...며칠 동안 스토킹 하던 남자가 있는데...현관문까지
열고 들어오려고 해서...방에 숨어 있어요...계속 이상한
말을 하면서 문을 안 열면 죽이겠대요...핸드폰도 거실에
있어서 신고도 못하고...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저...
어떻게 해야 되요...1시간째 저러고 있어요...제발요...)
해주가 영혼을 소환하려고 하지만 소환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초기 때처럼 영혼의 집 거실로 순간이동 한다.
영혼의 기도에서 말한 남자가 거실 소파에 누워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해주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뭐..뭐야!"
"뭐긴 뭐야. 널 데리러 온 저승 사자지."
"무슨 개 같은 소리야? 미친 ㄴ이구만? 나가! 안나가?"
"뭐? 미친 ㄴ? 네가 지금 나한테 미친 ㄴ이라 그런 거? 하, 널 어떻게 조질까 생각 중이었는데 그 더러운 주둥이부터 조져야겠다.
주둥이를 찢어 줄까? 아님 꼬매줄까? 선택해."
"자꾸 개소리하지 말고 꺼져! 꺼지라고!"
"하아...선택권을 줬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네."
해주는 그 남자의 목을 조르고 벽에 밀치면서 들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