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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 아기는 놀이

집안일을 대하는 태도

by 한송이

바다는 호기심이 많다. 오래 눈 여겨보고 시도해 본다. 요즘은 집안일에 관심이 많아졌다.


돌돌이 문지르기, 물티슈 뽑아서 닦기, 쓰레기통에 넣기, 빨래 꺼내기, 빨래 담기 등을 눈 여겨보다 기회를 주면 행동을 개시한다. 사실 거의 시늉에 가운데 정확히 해내기도 한다.


힘이 부족하고 요령도 없으니 하다 말고, 꺼내야 하는 걸 넣고, 넣어야 하는 걸 꺼내고, 닦아놓고 재밌어서 또 쏟고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기 일쑤다. 그래도 쪼끄만 손과 발로 뽈뽈거리며 해보겠다고 하는 시도가 귀엽고 기특하다.


해냈다는 걸까. 엄마를 도와서 보람차다는 걸까. 의미는 알 수 없지만 눈은 반짝이고, 활짝 웃는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 입을 앙 다물고 미간을 찌푸린 채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말리기도 그렇다.


어른에게는 빨리 해치우고 싶은 일이 아기에게는 이렇게 흥미롭고 집중하고 싶은 일이 된다. 분명히 드러난다. 나는 일이고 아기는 놀이다. 심지어 행복감을 주는 놀이다.


아기 손이 닿으면 일은 더 번거로워지지만 시도하는 열심을 막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 그냥 둔다. 그동안 한 템포 쉬어가며 숨 쉴 틈을 가진다. 그리고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결과는 느려지고 손이 더 가지만 과정을 함께 하고 기다리는 일. 아마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학습과 배움과 훈련에 필수적인 기다림이 아닐까.


조금씩 더 기다릴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주 작은 성취감이라도 소중하게 누리며 자라는 가정을 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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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