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게 어디 있나.
아침에 사과를 먹고 간식으로 볶은 콩이나 호박씨를 먹는 어른들이 신기했었다. '아. 나도 언젠가 그러려나?' 남 일 보듯 여겼다.
그러던 나. 요즘 아침마다 사과와 삶을 달걀을 먹는다. 아기를 챙기다 보면 숟가락질이 쉽지 않다. 손으로 집어 먹는 게 제일이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있으면 바로 소화기관이 말을 안 듣는 편이라 빨리 먹는 건 컨디션에 위험요소가 된다.
코로나도 한번 안 걸리고 살았는데 요즘은 아기 감기를 옮아 걸린다. 24시간 몸도 마음도 꼭 붙어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부부가 일심동체라는데 아기와 엄마도 다르지 않다. 약도 웬만해선 안 먹었는데 얼른 병원에 간다. 심해지기 전에 가라앉혀야 내가 편해서 그렇다.
엄마는 아프면 안 된다는 말이 무서웠다. 안된다고 안되나. 안 아프면 최고지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금지해서 금지될 일이 아니다. 엄마는 사람이고, 덧붙이자면 대부분 피곤한 사람이다.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고, 바쁘고, 쉬지 못하고, 운동도 하기 어렵다. 영양제를 털어 넣어보지만 면역력이 온전할 리 없다.
한동안은 건강하면서 아프기 싫다고 두려워했다. 몇 번 겪고 보니 아프면 돌봄과 살림에 영향을 받는 게 사실이다. 인내심이 적어지고, 쉽게 짜증이 나거나 뜨거운 숨이 푹푹 쉬어진다. 해야 할 일은 날마다 같은데 줄어들지 않고, 시간이 더 안 가는 듯하고, 오늘따라 왜 이런 건 나이면서 아기에게 말한다.
"우리 아기 오늘따라 왜 그럴까^^"
곧 콩을 볶을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먹는 사과와 계란이 참 맛있고 속 편하다. 아침 컨디션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준다. 볶은 콩을 먹으면 어떨까? 웃음이 난다. 등산 한 내 모습이나 꽃사진이 프사에 올라갈 것만 같아 웃음이 난다.
점점 더 건강한 습관을 찾아가게 된다. 다들 그래 오신 거겠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엄마는 아플 수도 있다. 안 그랬으면 좋겠지만. 출산 후 아무리 건강을 챙긴다 한들 아기와 남편, 가정으로 쏟아내는 노동의 양은 보통이 아니기에.
"아휴, 엄마가 아파서 어떡해. 엄마는 아프면 안 돼."
괜한 금지어로 잘못한 기분을 느끼지 않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힘들었구나. 푹 쉴 수 없어서 걱정이네. 힘들지." 라는 말을 선택해주었으면 한다.
건강을 챙기는 까탈스러움이 느껴진다면 '아프기 싫어서. 아프면 안 되니까 저러나 보다'가 아니라 가족들과 더 활기차고 좋은 시간들을 보내고 싶어서 그렇다고 보아주면 좋겠다.
엄마니까 아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