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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Feb 07. 2023

나는 가난한가요?

객관적인 지표는 무엇?

평생 가난하게 살지어다.


오늘 퇴근하고 집에 오면서 가난에 대해 생각했다.

돈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월급이야 나라에서 주는 것을 받을 뿐이니 성실히 출근만 하자는 마음 편한 사람이다

(누군가 현실적이지 않다 말한다 해도 할 말이 없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정리하고 있는데, 

우연히 직장 동료와 재산에 대해 말하게 되었다.

난 늦게 공직에 들어왔고, 부모님의 원조는 기대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러니 으레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출발 선도 늦을뿐더러 태생적으로 거친 모래가 묻은 수저를 물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자산을 묻는 직장 동료에게 반은 진담으로

 "난 상거지야."라고 말했다.

앞에 말한 사실에 기인한 대답이었.


날이 풀린 것 같지만 새벽으로 쌀쌀한 날씨에

김 서린 안경을 쓴 동료는 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뭐고. 그걸로 글이나 써봐.


원고청탁인가? 고맙게 글소재도 줬는데 명색이 써봐야 위신이 서지 않겠나. 내 이름이 번쩍번쩍 빛 나지는 않지만 판을 벌였는데 펜을 놀리지 않는다면 누가 잔치에 펜꾼을 부르겠나.


누구나 나 같은 40대들은 한 번쯤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지금 가난한가?

나이가 이제 마흔을 넘어간다. 예전 시험성적 물어보듯 "너 돈 얼마 있어?"라는 질문은 큰 실례가 된다.

그래서 궁금한 사람도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지 못하고 혼자 생각할 뿐이다.


 신문 칼럼을 보면 저명한 교수님이 "비교하는 삶을 살지 말라"라고 한다. 정말 옳은 말이지만 실례지만 사실 본인도 비교 많이 하실 것이다.

 꼭 돈이 아니라도 내 수강 평점이 괜찮나.

내 아이들 성적은 어떻지.

노후 자산은 다른 사람에 비해 넉넉하게 준비되었나. 이런 것들 말이다.


우리가 가지지 않아야 하는 것 비교하는 마음은 맞지만, 이상적인 목표와 현실은 다르다.

사실 비교하는 마음인간 본성이라 관리해야 하는 것이지, 근원적으로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가난이란 쓸데없는 인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한번 이번 기회에 찾아보기로 했다.


처음 나의 말로 되돌아가보자

"난 상거지야."

정확하게야 거지는 남에게 빌어먹고 사는 사람을 칭하는 말이니 공무원인 내가 거지는 아니다.

하지만 돈 없는 것을 속되게 부른 말이라는 측면에서는 정확한 표현이다. 가난한 것이 죄는 아니다.  당당히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돈에 마음이 억압되진 않았다는  반증이다. 그렇기에 내 당당한 자세와 강한 표현에 안타까워하거나 다른 감정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난 행복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단지 돈은 측정할 수 있지만 마음은 가늠할 수 없으니 자랑을 못할 뿐이다.


태어나기 전에 신이 부자와 행복한 사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난 마음의 부자를 택할 사람이다.(명확한 정신의 내게 물었다면 어떻게 둘 다는 안될까요?라고 말했겠지만)

그러니 이렇게 글을 적는 것은 이미 돈과 행복이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갔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믿음을 전제하고 있다.


그럼 행복에 관한 문제는 일축하고

40대 나는 경제적으로 가난한가? 에 대해 한번 냉정히 파악하고 싶어졌다. 내가 글을 통해 가난을 팔려는 목적도 아닌데 가난하지도 않은데 스스로 그렇게 낮춰 생각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자료를 한번 검색해 봤다.

아차차. 이런 나의 충만한 문과력에 안타깝다.

통계치를 봐도 잘 이해가 안 갔다. 아래와 위, 차이가 심한 현실에서 중간값이라는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간단한 금액만 보니, 2023년 기준 통계로는 중산층은 4인 기준으로 월 약 512만 원을 벌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1인 가구는 194만 원, 2인 가구는 326만 원이라고 한다.(NH투자증권 자료 *인식 상 중산층 기준이라고 함)

아. 하고 한숨을 돌리려는 찰나 큰 통수가 있다.

 1인이든 2인이든 부동산과 금융자산 규모가 최소 9억 4461만 원에 이르러야 중산층이라니......


아까는 월 194만 원 소득이라고 희망고문 하더니 자산을 9억으로 박아버린다. 대충 계산으로 안 먹고 안 입고 돈 받는 기계로 숨만 쉬고 살아도 38년이 걸리는데..... 이래서 한때 수저론 수저론 한 것인가?

(한국에서 중간이라는 자각을 가지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차가 없는 나를 태워주는 직장 동료 형에게 이런 자산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더니, 대답이 섭다.


"그래. 우리 윗 세대는 연금도 적게 내고 많이 받아 걱정 없었는데. 우리는 큰일이다. 기여금도 엄청 내고 돈은 적게 받는다. 답이 없다.

그냥 평생 가난하게 사는 거다."


요즘 공무원 인기가 떨어진 것은 현직들의 이런 인식이 알려져서일까?


결론적으로 나는 가난한가?  9억이란 자산은 내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액수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결국은 나만 불행해질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원래 좋은 전략을 취한 것 같다.

 분명 누군가는 답답하다 하겠지만

크게 낭비하지 않고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


동료 형이 가난에 대해 말했을 때 난 말했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젊을 적부터 건강이 안 좋으셔서 돈이 없어도 이렇게 일하고 크게 아프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하죠."


그렇다. 욕망은 오르기만 하는 에스컬레이터와 같다. 우리의 눈은 앞에 달려 있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위만 바라본다. 앞만 바라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으면 끊임없이 어딘가로 끌려 올라가기만 한다. 그것은 마음을 가난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객곽전인 게 무엇인지 알아보려 해도 잘 모르겠다. 원래 생긴 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강해진다.


나보다 많이 가진 이가 끝없듯이

우리보다 가지지 못한 사람도 끝없다.

윗동네나 다른 나라만 해도 지금 우리 상상이상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설혹 난 몸이 가난하다 해도 마음은 배부르다. 굳이 들어오는 돈을 막을 필요는 없지만 없는 돈을 마음과 연결할 필요는 없다.

노력해도 돈이 없으면 적게 쓰며 마음을 다스리면 될 뿐이다.


정말 내가 가난할지라도, 앞에 있는 대단한 사람보다 자기 위로일지라도 나보다 없는 사람을 안타깝게 여기며, 작은 것이라도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어쩌면 행복의 눈은 얼굴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뒤통수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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