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퍼센트님은 검은색 맨투맨 티에 편한 청바지를 입었고, 그 위에 짙은 남색의 두툼한 숏 패딩을 걸치고 왔다. 정말 서둘렀는지 호흡을 고르며 땀을 닦았다. 앉자마자 그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들이었다. 한 번에 반 가까이나 마셔 버렸다.
"미지근한 물을 드세요. 그러다 감기 걸립니다."
분홍은 의사라서 그런지 건강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1퍼센트님은 씩 웃기만 했다. 순박해 보이는 미소에 공부한다고 통통히 오른 얼굴살이 퍽 잘 어울린다.
"그러면 오늘 책은 좀 보고 오셨겠죠?"
분홍은 숙제 검사하는 담임선생님 같았다.
"조..... 조금요."
1퍼센트님은 부끄럽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다.
"이렇게 모임을 자리에 빛내 준 것만도 감사하죠.
제가 발제도 충분히 일찍 자리에서 생각하고 답변할 수 있는 것만 준비했는데 너무 눈치 주지 마세요 분홍님."
나는 급히 말을 끊었다. 이게 이과적인 분홍과 문과적인 나의 차이다. 방장은 그래도 독서모임이니 뭔가 치열한 게 있었으면 하지만 나는 누구나 편히 와서 생각하고 이야기하기를 원한다. 그것은 문과와 이과의 특성처럼 뭔가 부딪히는 지점이 매번 있어 삐걱대는 일이 늘고 있다.
"시간이 늦었으니 바로 시작할게요."
나는 분홍의 눈치를 보면서 급하게 책을 펼쳤다.
우리는 내가 준비한 몇 가지 질문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보내니 어느덧 2시간이 지나 모임을 끝났다. 우리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으니 감기를 조심하자는 말로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래도 독서모임의 좋은 점은 소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래도 무엇인가 생산적인 시간을 사람들과 보냈다는 보람이다.
나는 이제 다시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해운대역에서 많이 떨어진 외진 원룸으로 간다. 오래되어 많이 낡고 좁은 곳이다. 하지만 해리단 골목에 가깝고 아침에 해운대 바다를 산책하기 좋아서 구한 곳이라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직장이랑 거리가 있어서 고민은 했지만 내가 원하는 것들이 많은 곳으로 왔다. 건물로 들어와 내가 방문을 여는 순간 전화가 왔다. 사실 딱히 연락하는 사람들이 없기에 전화가 울리는 순간 형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역시나 형이다.
다른 친구들보다 형과 우애는 깊은 편이라 그나마 연락을 자주 한다.
"여보세요. 형이야?"
"그래 모임은 잘 끝냈나."
처음부터 대뜸 안부를 묻는 것을 보니 형은 장남 노릇을 하기 위해 전화를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무슨 할 말 있는 것은 아니고." 나는 말했다.
"퇴근 잘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형도 내심 뜨끔했는지 서두를 길게 뺐다.
"그래도 어머니한테 전화 한번 해보는 게 좋지 않겠어?" 조심스레 형이 말했다.
나는 방에 들어와 불을 켜고 먼지 묻은 롱패딩을 털어 벽에 삐죽이 나온 옷걸이에 걸치며 말했다.
"내가 뭐 귀찮아서 안 하는 건 아니잖아. 형도 잘 알고 있고. 괜히 전화하면 또 싸움만 할 것 같은데 오히려 그게 더 서로에게 안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으음. 어머니랑 통화한 지는 얼마나 됐는데?"
나는 번뜩 기억이 나지 않아서 핸드폰 최신 통화 목록을 쭉 살펴봤다.
"3달 조금 넘었네. "
생각보다 긴 시간이라 나도 답하며 놀라긴 매한가지였다.
"네가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계신데 우리가 자주 전화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알겠어. 조만간 기분 좋을 때 한번 해볼게. 또 뻔한 스토리로 가겠지만 말이야."
"그래 알고 있다. 그래도 가족이니까 연락은 하고 살아야 하는 거다. 어머니시잖아"
너무나 당연한 말들이라 나는 따로 반박하지 못하고 어중간한 답변만 한 채로 전화를 끊었다.
나는 어머니를 미워하지 않는다. 단지 같은 곳을 바라봐도 서 있는 곳이 다르다면 달리 보이는 것이다. 마치 신호등을 바라봐도 정면에 있는 사람은 빨강, 노랑, 주황의 삼색을 바라보며 움직이지만 뒤편에 서 있는 사람은 검은색 플라스틱 커버만 바라볼 뿐이다. 그것은 신호등의 잘못도 아니고 사람 잘못도 아니다. 단지 서 있는 곳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나보다 오래 살아오신 어머니에게 강요할 수는 없으니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9급 공무원을 시험을 친다고 말했을 때 시험에 합격하면 집에서 내쫓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던 아버지도 이미 안 계신다. 그렇게 생각은 부질없는 것이지만 그만큼 현실적인 것도 없다.
나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그 현실이 너무 피곤하게 느껴져 잠이 들고 말았다.
왜냐하면 어머니와 나 사이에는 공부, 승진, 결혼, 자식계획 등 더 많은 생각의 벽이 장애물 달리기처럼 서 있어서 도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