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레프 Dec 20. 2022

물을 끓이기 위해

49. 구겨진 몸과 마음을

아무개는 문득

자신을 감싼 모든 것이

몸에 맞지 않게 느껴졌다


첫 가족의 안부도

오래된 친구들의 농담도

최근에 좋다고 산 자질구레한 물건들마저

아무개를 시험에 들게 하는 듯했다


아무개의 심장은 

터뜨려질 심산으로 재빨리 뛰며

한껏 구겨진 몸과 마음을 더욱 납작하게 압축시킨다


어쩌면 작은 통조림 속에 갇힌 게 아닐까 하는

우스꽝스러운 생각이 들만큼 

 

공기가 희박해지는 것 같지만 

그럴 리 없다는 걸 알기에

숨소리가 고를 때까지

긴 숨을 연거푸 들이쉬었다


따듯한 차를 마시는 게 좋겠어

아마 효과가 있을 거야


납작해진 아무개는 

물을 끓이기 위해 몸을 펴야만 한다

웅크린 스스로를 움직여야 한다


시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