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구겨진 몸과 마음을
아무개는 문득
자신을 감싼 모든 것이
몸에 맞지 않게 느껴졌다
첫 가족의 안부도
오래된 친구들의 농담도
최근에 좋다고 산 자질구레한 물건들마저
아무개를 시험에 들게 하는 듯했다
아무개의 심장은
터뜨려질 심산으로 재빨리 뛰며
한껏 구겨진 몸과 마음을 더욱 납작하게 압축시킨다
어쩌면 작은 통조림 속에 갇힌 게 아닐까 하는
우스꽝스러운 생각이 들만큼
공기가 희박해지는 것 같지만
그럴 리 없다는 걸 알기에
숨소리가 고를 때까지
긴 숨을 연거푸 들이쉬었다
따듯한 차를 마시는 게 좋겠어
아마 효과가 있을 거야
납작해진 아무개는
물을 끓이기 위해 몸을 펴야만 한다
웅크린 스스로를 움직여야 한다
시험에서 벗어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