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너는 그저 나를
도저히 그냥 둘 수 없었다
메마른 반응이라도 보기 위해
혼자만의 즐거움에 빠져있는 네게
다정히 말을 거는 것들을
그 불쌍한 것들을 하나씩 떼어내
너에게 나 외에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게 됐을 때
처음으로 기쁜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나의 긴 수고로
네 행복한 표정을 보게 되어 흐뭇해하던 와중
너는 조용히 나를 떼어냈다
그리고는 다시 네 관심사에 온 신경을 쏟으러 간다
너는 그동안 그저
네게 붙어있던 많은 것들을
떼어내지 않고 있던 것뿐이란 걸
마지막으로 남은 나를 직접 털어내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넌 그저 나를
난 그저 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