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행복하다니 다행이야
몇 해 전
혼자 종종 울던 아이가 찾아와
적당히 먹고살만해진 현실을
안주 삼아 이야기하고 있다
“그땐 정말 힘들었어요”라고 말하는
그 아이는 이미 내가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물기를 머금은 목소리에는
독기가 배어 있지 않았고
눈동자에 비친 꿈 자락 저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난 네가 더 멀리 갈 줄 알았기에
현실에 안주하는 그 모습이 시시해질 뻔했다
사람이 어떻게 늘 무언가를 이루고 싶고
절박할 수 있겠냐만
당장 손에 쥐어준 것에 만족하는 건
옆집 갓난아이와 다를 바 없다
불빛은, 꿈은, 삶은
결핍 가운데 심어져 양분을 찾고
그것들은 분명 그 아이에게 심어졌었다
그렇기에 몇 해 전
아이가 두 눈으로 흘리던 꿈을
본인이 아닌 내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 아이는 몸이 기우는 걸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착각할지 모르지만
행복하다니 축하해줘야겠지
축하해 아이야,
유감이야 빛나던 것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