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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미래 Oct 18. 2023

아이가 자기 전에 울었다.

아이와 언제까지 같은 공간에서 자야 할까요?

보통 몇 살에 잠자리 독립을 하나요?


실은 엄마인 제가 잠자리 독립을 하고 싶습니다!!


현재는 아이와 같은 방에서 매일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가 잠자리 독립을 원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도통 소식이 없습니다.


언제쯤 엄마도 원하는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날 수 있을까요?

남은 인생에서 그런 날은 결코 오지 않을까요?

엄마라는 꼬리표를 자를 수는 없으니 아이가 성장해서 내 집에서 독립하는 날이 바로 그날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날에도 옆에서 밥 달라고 저를 깨우는 수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결혼해서 제일 힘든 것 중에 시댁 위층 살이 말고 만만치 않은 하나가 잠이었습니다.

워낙 잠귀가 밝은 편이라 밤마다 남편 코 고는 소리에 두 손 두 발 다 들어지요. 일찌감치 다른 방으로 쫓아냈습니다.

아이를 낳은 뒤에는 365일 24시간 아이와 붙어있으면서 어쩔 수 없이 숙면을 포기하며 살아왔습니다.

엄마 닮아서 예민한 딸은 허구한 날 밤마다 울고 불고 엄마를 찾았지요.

암흑의 시기를 지나 다행히 지금은 아이가 잘 자는 편입니다.

오히려 활동량이 많아 피곤한 날, 거친 숨소리와 함께 코골이를 하는 사랑스러운 딸까지 아빠 옆으로 보내버릴까? 궂은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가끔씩 혼자 자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몸이 아플 때, 남편과 싸워서 화가 날 때, 시댁이나 돈 때문에 열받을 때, 애엄마들 때문에 속상할 때 기타 등등 이런 경우 가끔씩 쉬이 잠이 안 올 때가 있잖아요.


게다가 요즘에는 글도 써야 하고 재미난 책을 끝까지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하필 꼭 밤 10시에 하는 유튜브생방, 인스타라방도 보고 싶어 집니다. 요즘 관심 있는 분야의 줌 강의도 보통 밤 8시 반이나 9시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런 날에는 애도 눈치가 빨라집니다. 자다가 엄마가 없을까 봐 아직도 엄마를 찾았습니다. 엄마가 옆에 있는지 없는지 귀신같이 감시를 합니다.

몰래 나갔다가 들켜서 애가 울면 잠시 화장실 갔다 온다고 애를 급하게 달래 봅니다.

애는 잠을 꾹 참고 엄마가 화장실 다녀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오히려 아이 옆에서 달래주면서 그제야 지쳐 잠이 드는 날도 많습니다. 

제가 잘 못 키운 탓일까요? 어릴 때부터 차라리 아빠랑 바통터치 할 걸 그랬나 봐요.

(남편이 새벽에 일찍 나가는 날이 많아서 차마 그렇게 못했는데 후회가 되네요)



어젯밤에는 아이에게 툭 터놓고 얘기했어요.

이제 잘 시간에 방에 들어가서 먼저 잤으면 좋겠다고요.

대신 엄마가 할 일은 다 한다고 약속했습니다.

자기 전 치실도 해주고 안약도 넣어줍니다.

매일 하는 잠자리 인사도 나누고 실컷 대화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동화도 오디오로 틀어줍니다.

그러고 나서 내일 보자 했더니 안된다네요.

거실로 나가는 것도 안된다면서 울기 시작합니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같은 방안에 엄마가 있어야 한답니다.

거실과 방이라는 공간의 차이일 뿐이지 엄마가 집에 있는 건 똑같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잠자리 독립할 기미가 없네요.


<직접 만든 AI 그림 이미지 :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잠옷입은 10살 아이>


떼 부리고 울다가 정작 나중에 가서 보면 잠만 잘 자는

이 아이를 재우기 위해 계속해서 제가 일찍 자는 게 맞을까요?

왜 세상은 밤에 재밌는 일이 더 많아질까요?


음.

이미 다 키우신 어머님들 지금이 좋을 때라고 사춘기 오고 중고딩 시절엔

엄마 밖으로 나가라고 내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고 말씀하려고 하셨지요?

(어디 숙박여행, 합숙훈련도 애가 보내준다면서요?)


네.

물론 각오하고 있습니다.

알고는 있는데요.

그건 그때 가서 부딪혀보겠습니다.


애는 열 살까지만 키우면 알아서 큰다고 분명 어느 책에서 봤거든요.

형광펜으로 칠하고 색볼펜으로 밑줄 쫙 치면서 그날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역시 책은 책일 뿐 현실은 그게 아닌가 봐요.

아직 우리 아이는 엄마의 손길과 사랑이 더 필요한 시기인가 봅니다. 제가 그동안 많이 부족했나 봐요.


딸아이 잠자리 독립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늘 밤에도 아이와 함께 일찍 방에 들어가겠습니다.




덧붙임) 엄마는 밤마다 척 전문가로 변신합니다.

(자는 척, 깊게  잠든 척, 못 들은 척, 안 일어난 척)




사진출처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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