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차를 운전하고 출근하는데 날씨가 무더워서 에어컨을 틀었다. 사무실에 도착해 달력을 보니 이번 주 목요일이 입추고 일요일은 말복이다.
한주에 입추와 말복이 동시에 들어있다. 절기가 입추면 계절은 가을로 접어든다. 아침부터 날씨가 더워 짜증 나는데 가을이 오려면 멀게만 느껴진다.
출근길에 차 라디오에서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태풍 소식을 들으니 계절은 가을로 접어든 것이 분명하다. 피부로 느껴지는 계절은 가을보다는 한여름에 더 가깝다.
어젯밤엔 더워서 선풍기를 켜 놓고 잤다. 잠들기 전에 선풍기 타임을 맞추고 자다가 선풍기가 꺼지면 다시 일어나 선풍기 타임을 맞춰 놓고 자기를 두어 번 했다. 한방 중에 일어나 선풍기 타임을 조절하느냐 선잠을 자고 말았다.
그냥 선풍기를 켜 놓고 잤더라면 잠이라도 편하게 잤을 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한낮의 더위와 상관없이 계절은 입추가 지나면 서서히 영글어 갈 것이다.
가을이 오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가을은 벌써 이곳저곳 틈새를 비집고 데면데면 다가온다. 가을을 노래하기는 좀 이르지만, 준비는 해 두어야 한다.
어젯밤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가을은 슬금슬금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다가온다.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만 간다. 봄인가 싶더니 여름이 오고 여름인가 싶더니 어느새 가을이 목전 앞에 찾아왔다.
계절을 가르는 시계추는 존재하지 않지만, 시간은 세월의 이정표 대로 도도하게 흘러만 간다. 계절의 자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산자락의 나무와 풀과 들녘에 선 곡식의 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오늘은 8월 초순이다. 일 년 중에 팔월이 지나면 남은 달은 사 개월뿐이다. 한해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팔월부터 바짝 긴장하고 준비해야 한다.
농사짓는 농부도, 사무실에 근무하는 회사원도 팔월부터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가을철 수확기에 한 해의 농사를 망칠 수가 있다.
계절의 절기에 입추를 둔 것은 가을이 오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의미도 들어있다. 팔월이 지나면 구월이다. 구월에는 한가위가 들어있고 한가위를 지내면 계절은 가을로 접어든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없지만, 시간은 태엽을 감지 않아도 강물처럼 흘러간다. 삶의 순간순간을 기억하지 못해도 시간은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앞을 향해 간다.
광명시에서 신혼을 보내던 시절이다. 큰형이 가구를 싣고 와 내려주고 뻐꾸기시계를 선물로 주고 간 적이 있다. 시계를 안방에 걸어 놓았는데 시간마다 뻐꾸기가 나와서 ‘뻐꾹뻐꾹’ 노래를 부르고는 자기 집으로 쏙 들어갔다.
신기한 것은 깊은 잠에 빠졌을 때는 뻐꾸기가 시간을 알려주는 노랫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시간은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더욱 빠르게 흘러가나 보다.
생각해 보면 신혼 시절도 뻐꾸기 소리와 함께 시간 속에 파묻혀 흘러가지 않았을까. 지금이란 시간도 어찌 보면 그 시절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뻐꾸기가 시간을 알려주는 대신 매미 울음소리와 사무실 뒤편 공사장에서 ‘탕탕’ 거리며 들려오는 소리가 대충의 시간을 알려준다.
오늘따라 사무실 뒤편의 느티나무에서 울어대는 말매미 울음소리가 요란하고 우렁차게 들려온다. 매미 울음소리의 여운을 따라 가을은 서서히 다가오고 더위와 함께 여름이란 시간은 서서히 멀어져만 간다.
아침에 출근해서 날씨가 후덥지근해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땀을 식히는 중이다.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다가오는 계절과 시간은 피할 수가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처럼 날씨의 무더위를 피할 수 없다면 무더위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삶의 한 방편은 될 것이다.
계절의 시계추가 입추로 가는 길목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선택의 고민이 따른다. 내 마음을 가을로 재촉해서 갈 것인지 아니면 여름에 머물러 있을 것인지.
계절의 잣대를 가을로 옮기자니 태양이 가로막고 여름에 머물자니 매미 울음소리가 훼방을 놓는다. 어차피 시간은 태양과 매미가 막아서도 흘러가지만 입추만 지나면 계절을 가리는 고민도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