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란 타지에 올라와 어찌어찌 살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아내와 결혼하고 낯선 땅에 둥지를 마련하고 세상을 부유하다 보니 아이들도 태어났다.
새로운 가족이 탄생할 때마다 둥지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불어갔다. 그렇게 바람이 불어 간 자리에는 삶의 은은한 향기가 고이면서 돋을무늬가 피어났다.
세월이 흘러 가족의 애환이 담긴 둥지를 바라보니 새삼스럽고 고맙기만 하다. 그간 둥지에서 가족이 겪은 삶의 돋을무늬를 밖으로 드러내어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펜을 들었다.
오늘도 둥지에는 바람이 불어오지 않아도 맑은 향기가 솔솔 피어나고 있다. 세상이란 거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그 바람을 막아주고 가려주는 곳이 둥지다.
가족이 살아가는 둥지는 세상의 바람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원천이다. 삶의 둥지에는 가족들이 웃고 울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보낸 희로애락이 간직되어 있다.
내가 세상에 남기고 싶은 둥지의 사연은 가족의 소박한 이야기다. 그간 몸을 부대끼며 겪은 사연을 하나하나 다듬다 보니 시간의 수레바퀴처럼 하나하나 떠오르고 머릿속은 저절로 그 시간으로 돌아가게 된다.
삶이란 이런저런 날들이 하나둘 모여 바람을 일으키며 향기를 솔솔 피우는 과정이다. 나도 남들처럼 대동소이한 과정을 거치고 경험하면서 둥지를 지키며 오늘까지 살아왔다.
남들과 비교해서 겪은 특별한 사연이나 내세울 것은 그리 많지가 않다. 그저 일상처럼 살아온 하찮은 이야기나마 진솔하게 글을 통해 전해줄 수 있어 마음만은 기쁘다.
가족의 이런저런 사연이 담긴 글제를 모아놓고 고민한 것은 표제 설정이다. 이것저것 표제를 붙여 보았지만, 마음에 썩 드는 것이 없다.
먼저 음악과 관련해서 표제를 붙여 보았는데 표제가 너무 화려하고 가족의 이야기와 맞지 않아서 제외했다. 며칠간 고민한 끝에 삶의 여운과 향기를 연관 지어 정해보았다.
언제 태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은 우리 가족의 성장 드라마와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다. 삶의 여운과 향기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왠지 모르는 은근한 매력에 이끌려 『둥지에 핀 돋을무늬』로 표제를 정했다.
막상 글은 쓰지 않고 표제를 정하고 나자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잔잔한 바람이 불어와 은은한 향기를 남기면서 먼 곳으로 사라져 가는 느낌이다. 둥지에서 피운 흩어진 옛이야기를 묶고 나니 지난 시절에 흘린 눈물과 기쁨과 환희가 환영처럼 떠오른다.
그리고 머릿속은 지난 한 시절의 시간으로 돌아가 어딘가를 서성이는 아련한 환상에 젖어든다. 아무쪼록 둥지에서 꽃 피운 아름다운 이야기와 사연이 잔잔한 바람결에 실려 진한 향기로 전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