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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역 Apr 06. 2023

봄을 만끽한 출근길

오늘은 원룸에서 사무실까지 걸어서 출근하기로 했다. 춘분이 엊그제 지났지만, 날씨는 제법 쌀쌀하다. 원룸에서 옷을 갖춰 입고 어깨에 가방을 둘러메고 현관문을 나서자 안개가 ‘쏴아’ 하고 흰 파도처럼 밀려온다.


원룸 단지를 벗어나 안개 낀 오솔길로 접어들자 숲의 신선한 기운이 피부에 와닿으며 기분이 상쾌해진다. 오솔길을 터벅터벅 걸어가자 숲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와 도로를 달려가는 차 소리 그리고 공사장에서 ‘탕탕’ 거리는 소음이 들려온다.


오솔길을 지나가자 아파트 단지 사이로 난 정갈한 보도가 기다린다. 그 길에 들어서자 나처럼 출근을 하는 사람과 지나가는 차들이 시야로 들어온다. 새로 조성된 아파트 숲을 구경하며 걸어가자 시냇물이 합쳐지는 지점에 다다른다.


그곳에 놓인 작은 다리를 건너가자 방축천이다. 방축천에는 천변 길과 자전거 도로를 조성해서 걷기에 좋다. 지금까지는 지나가는 차 소리를 들으며 걸어왔지만, 방축천 천변 길을 걸어거자 차 소리가 사라졌다.


방축천 입구에 심은 싸리나무의 연초록 새싹이 희미하게 자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엊그제 춘분에 눈까지 내려 날씨가 쌀쌀한데도 연초록의 새싹이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봄이란 바람의 풍랑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다. 방축천 천변 길에 들어서자 안개가 마중을 나왔다. 시냇가에 안계가 자욱해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가시거리가 제한적이다. 


시냇가에 낀 자욱한 안개와 희미하게 드러난 청사와 주변의 아파트 빌딩이 어우러진 모습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바라보인다. 방축천에서 싱그러운 봄기운을 느끼며 걸어가는데 버드나무 가지 끝에 올망졸망 자란 버들강아지가 눈에 띈다.


오늘 아침 출근길이 깃털처럼 가볍다. 봄이 다가오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계절을 이끄는 나무가 움틈의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방축천의 곳곳에는 물놀이를 즐기는 작은 폭포와 한글 받침과 세종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다. 방축천의 개울물은 ‘졸졸’ 거리며 금강을 향해 흘러가고 나는 개울물의 흐름과는 반대로 사무실을 향해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간다.


방축천의 천변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자 나무로 만든 다리가 보인다. 그 다리를 건너가야 하는데 다리를 건너기 전에 왕 버드나무 세 그루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나무다리를 건너가기 전에 안개를 배경으로 선 버드나무와 청사가 어우러진 모습이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그 모습을 감상하다가 핸드폰을 꺼내어 사진 몇 컷을 찍었다. 


오늘은 봄의 기운이 천지사방에서 몰려오는 것 같다. 사진을 찍고 다리를 건너 왕 버드나무 밑에 난 천변 길을 지나갔다. 버드나무를 뒤로하고 얼마 가지 않아 청사로 나가는 오솔길이 기다린다.


오솔길을 빠져나가자 도시를 시원하게 가로지른 BRT 도로가 나온다. BRT 도로의 횡당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신호등을 따라 길을 가로질러 건너갔다. 


BRT 도로 맞은편은 청사를 안내하는 종합안내실이다. 안내실 입구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한 마스코트인 수호비와 반다비를 세워 놓았다. 


작은 광장 앞에 놓인 마스코트를 훑어보고 청사 출입문에 다가가 신분증을 대자 철문이 덜컹거리며 소리를 지른다. 회전문을 천천히 돌려 청사 내로 들어가 종합안내실 입구로 향했다. 


종합안내실로 들어가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곳으로 걸어가 스위치를 눌렀다. 잠시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며 오늘 출근하면서 찍은 핸드폰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앞으로 봄날에 자욱한 안개의 마중을 받으며 출근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직장을 퇴직하기 전까지 방축천의 천변 길을 자주 걷고 싶다. 더불어 싱그러운 봄을 만끽하며 남은 직장생활도 아름답게 마무리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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