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검룡소

by 이상역

경북 영주에서 한강의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의 검룡소를 찾아가는 길이다. 영주에서 강원도로 접근해갈수록 소백산맥의 육중한 중압감이 마음을 짓누른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는 책에서 몇 번 읽은 적이 있지만, 발원지에 대한 호기심과 어디에 있는지 눈으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경북 영주를 벗어나자 봉화가 나온다. 영주나 봉화나 지역과 산의 형세는 비슷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들녘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봉화가 영주보다 더 산이 많고 시골스럽게 다가온다.


차가 봉화를 지나자 안동이다. 안동은 선비마을답게 곳곳에 한옥이 집성촌을 이룬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안동의 토질과 지형을 살펴보니 살기 좋은 곳 같고 봉화는 좀 척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차가 안동을 지나 소백산맥을 넘어가자 드디어 강원도 태백이다. 강원도에 들어서자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구조가 경북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경북은 논과 밭이 평지에 펼쳐져 있는데 강원도는 논은 없고 산비탈에 화전을 일군 비탈진 밭이 대부분이다. 강이나 천 주변엔 마을보다는 가옥이 한 채나 두 채씩 드문드문 자리해 있고 비탈진 밭에서는 배추나 양배추 등이 자라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차가 태백 시내를 빠져나가 검룡소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검룡소로 가는 길에는 바람의 언덕에 세워진 커다란 풍력발전기에서 풍차가 바람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아간다.


강원도는 산에 의지하고 산을 이용해서 생계를 해결하는 것 같다. 바람의 언덕을 지나가자 드디어 검룡소 주차장에 다다랐다. 차를 주차하고 안내판에 가서 검룡소 올라가는 길을 살펴보니 걸어서 이십 분이면 도착할 것 같다.


검룡소로 가는 입구에는 커다란 입석에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라는 문구를 새겨 놓았다. 돌 앞에 서서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발걸음을 검룡소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근 이십 분 정도를 걸어가자 말로만 듣던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다. 그런데 기대한 것과 달리 물이 평평 솟아오르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계곡에서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그 주변을 관광지로 조성해 놓은 것이 전부다. 물이 솟는 발원지는 상수원 보호 차원에서 관광객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 같다. 가족과 사진을 찍으며 주변을 한 바퀴 휘휘 둘러보았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관람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내려와 점심을 먹으러 정선 시내로 이동했다. 예약한 식당을 찾아갔는데 차를 주차할 곳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예약한 식당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바로 옆에 주차가 가능한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가족과 점심을 먹고 나서 숙소에서 먹을 물과 과자 등을 사서 예약한 숙소로 차를 몰아갔다.


정선에 예약한 숙소는 ‘먼저 골 펜션’이다. 강원도 숙소의 특징은 한번 숙소에 들어가면 나오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숙소에서 시내를 나가려면 한참을 나가야 하고 숙소가 산속에 자리 잡고 있어 숙소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숙소에 도착해서 방을 잡고 짐부터 풀었다. ‘먼저 골 펜션’에 짐을 풀고 홀로 숙소를 빠져나와 산자락의 이곳저곳을 걸어 다녔다. 태백이나 정선이나 산비탈을 개간해서 배추나 양배추나 콩을 심어 농사를 짓는 모습은 대동소이하다.


비탈진 밭의 크기는 대략 오백 평 이상은 되어 보인다. 경사가 심한 비탈진 밭에 배추나 양배추나 콩을 심어 재배하는 것이 신비스럽다.


비탈진 밭을 무엇으로 갈고 모종은 어떻게 심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산자락에 조성된 밭이지만 비탈이 너무 심해 소나 기계를 이용한 밭갈이가 어려울 것만 같다.


나도 시골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와드리며 자랐지만, 강원도는 상상 이상으로 비탈이 심하다. 펜션 근처에 있는 밭에 가서 토질을 살펴보니 밭은 척박한 것 같은데 배추나 양배추 등 고랭지 채소가 잘 자란다.


밭에 널려 있는 돌을 손에 들고 살펴보니 푸석푸석한 석회석이다. 석회석은 막돌처럼 단단하지 않고 쉽게 깨지고 막돌처럼 밭에서 잘 구르지도 않는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의 밭보다 이곳은 비탈은 좀 졌지만 덜 척박해 보인다. 밭에서 자라는 양배추를 팔로 안아보니 한 아름이 넘는다.


펜션 근처의 산자락을 올려다보니 접근할 수 없을 만큼 산이 깊다. 비탈진 산자락을 개간해서 밭으로 이용하는 강원도의 힘이랄까 고달픔과 한이 산자락에서 소슬바람을 타고 전해져 온다.


비탈진 밭을 껴안고 살아가는 사람의 눈물과 땀과 울음과 한숨과 슬픔이 비탈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 같다. 그간 강원도를 여러 번 와보았지만, 이번처럼 경북 봉화에서 차를 운전하고 강원도로 넘어온 것은 처음이다.


영동고속도로나 양양고속도로 주변에는 산자락을 개간해서 밭을 일군 모습을 볼 수 없다. 강원도의 전형은 경북에서 소백산맥을 타고 넘어와야 제대로 만날 수가 있다.


계절은 여름인데 ‘먼저 골 펜션’에서 하루를 유숙하는데 밤이 되자 날씨가 서늘하다. 펜션의 위치가 높은 곳에 자리해서 그런지 계절이 가을로 접어든 것처럼 서늘함을 느끼며 하룻밤을 보냈다.


이튿날 아침에는 아내와 숙소 근처를 다시 거닐었다. 숙소 근처의 이곳저곳을 배회하는데 좀처럼 사람을 만날 수가 없다.


숙소 뒤 산자락의 비탈진 밭에서 남자 둘이 농약을 주는 모습 외에는 개들만이 ‘컹컹’ 짖어대며 사람을 반겨줄 뿐 이곳에 사는 사람의 얼굴조차 만날 수 없었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와 아이들을 깨워 숙소를 나왔다. 2박 3일 일정에서 첫날은 영주에서 둘째 날은 정선에서 잠을 잤으니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가족과 강원도 숙소를 나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다 영월에 이르렀다. 영월에 이르자 아내가 서울에서 이곳에 오는 것도 힘든데 관광지나 구경하고 가잔다.


때마침 도로 옆 도로표지판에 청령포라고 새겨진 하얀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영월의 다른 관광지는 찾아볼 것도 없이 표지판의 안내를 따라 차를 청령포를 향해 몰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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