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것은 "봄이 왔어요?"라는 말이다. 봄이란 말만 들어도 머릿속에는 들녘에 피어나는 아지랑이가 떠오르고 귓전에는 봄노래가 흥겹게 들려오는 것만 같다.
그동안 봄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많은 사연을 만들고 인연을 맺어왔다. 계절의 순환에 따라 찾아오는 봄은 뭇 생명을 잉태시켜 태어나게 하는 계절이다.
느지막이 지나온 봄을 다시 걸어보는 추억의 여행을 다녀왔다. 봄과 관련한 글을 읽어보면 가슴이 환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그리고 봄과 글 행간을 서성이며 고민하는 흩어진 이야기가 다가와 부딪치며 명멸한다.
계절은 시간의 강물을 따라 멈추지 않고 앞을 향해 흘러만 간다. 그 흐름 속에서 느꼈던 정지된 순간을 따뜻하게 기록해 둔 것에 그나마 만족한다.
일상의 모든 순간을 글에 담을 수는 없다. 무의미한 삶을 유의미하게 승화시키는 것이 글이다. 내가 쓴 글도 따지고 보면 대단하지도 뛰어나지도 않다. 내게는 유의미한 일이지만, 남들에게는 그저 사소한 이야기에 불과할 것이다.
인생이란 언제나 자신에게는 아름답고 빛나는 시절이지만 남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시간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유의미한 것을 찾기보다는 봄날의 정서와 감정과 감상을 공유하는 마음이면 족하다.
봄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면 마음이 허전해지고 그에 대한 가치도 떨어질 것이다. 어쨌든 너무 큰 것을 기대하지는 말고 나라는 사람이 봄을 맞이하는 관점과 봄을 대하는 시선을 공유했으면 한다.
내 삶에 봄날이 몇 번 찾아온 것 같은데, 벌써 수십 번 찾아왔다 떠나갔다. 그렇게 수없이 봄을 맞이했지만, 아직도 봄날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살아가는 신세다.
새로운 봄을 맞이할 때마다 봄의 의미가 새록새록 깊어지고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삶은 깊어질수록 살아가는 밥벌이보다는 주변의 것에 눈이 더 가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람이 밥을 먹고 잠자는 것은 기본적인 욕구다. 그러나 기본 욕구를 넘어 계절의 봄을 맞이하고 감상하는 것은 다른 시선이자 정서다. 그동안 직장에 다니면서 제대로 맞이하지 못한 봄날도 부지기수다.
그런 날들과 시간이 언제 어떻게 지나가고 사라졌는지 떠오르는 것은 별로 없다. 지나간 봄은 이미 언덕 너머로 가버렸지만, 다가올 봄은 어딘가에서 허수아비처럼 들녘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 남은 생애에도 봄을 즐겁게 맞이하며 여유롭게 감상하며 살아가고 싶다. 아무쪼록 이 글을 읽는 분들의 가슴에 머문 봄날도 따스한 봄빛을 받아 언젠가 세상에 밝게 드러나기를 고대하며 봄소풍을 마무리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