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악시

by 이상역

홍안에 연지 곤지 바른 새악시

광혜의 푸른 꿈 마다하고


오롯이

흙에 기대어 사는 낭군 만났네.


서툰 호미질과 괭이질

어느덧 익숙한 내 것이 되었고


섬섬옥수 긴 손가락 나목처럼 야위어 가고

가녀린 등줄기 활처럼 휘어만 가네.


가는 인생 고달프다 노래하지만

무너진 등 위로 세월은 덧없이 싸여가고


앞산에서 구슬프게 우는 소쩍새 소리

마음에 외로움만 더하네.


낭군의 언약은 空約으로 굳어지고

둥지를 찾아 날아가는

외기러기의 처량한 날갯짓


이내 신세와 다를 바 없네.


나는야

아직도


갈 길이 머-언

농사꾼 아낙네


내 품에서 자란 울음보들

내 곁을 떠난 지 오래고


잡초만 무성한 둥지에서

가는 세월의 고단함


시루봉을 바라보며 달래네.

keyword
이전 09화사랑의 방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