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를 받고만 싶은 사람들 속에서
흔히들 신입은 회사에서 인사만 잘해도 예쁨 받는다고 한다.
인사가 밥 먹여준다고, 그만큼 인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신입에게는.
구불구불한 인사코스의 시작점
공장 경비실을 게이트 하우스라고 부른다. 어느 누구든 공장 부지 내 건물을 가려면 게이트 하우스에 들려 손소독이 필수다. 여기서 시작된 인사 코스는 폐수처리장, 연구소 등을 거쳐 내가 일하는 사무실로 이어진다.
15분이 소요되는 이 코스에서는 30명을 마주치는데, 30명 중 내 인사에 “안녕하세요~” 대답해주거나 고개를 까딱해주는 사람은 10명 정도다.
특히 50대의 현장 근무자 분들이 인사를 참 잘 받아주신다. 당신의 자녀 뻘이라 그런지 흐뭇하게 바라보며 밥 잘 챙겨먹으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럴 때면 마음 한켠이 먹먹해지곤 했다.
어디 인사 좀 받아주면 덧나나요?
공장 사무실 문을 열 때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사무실에서 내 인사를 받아주는 사람은 기껏해야 2-3명뿐이기 때문이다. 연속으로 본체 만 체를 당하면… 신입의 발랄하게 인사하던 당당함은 숨고 만다.
‘나 뭐 잘못했나..?’ ‘혹시 내가 비호감..?‘ 여러 잡생각들이 머릿속을 뒤흔든다.
다들 날 싫어하나 서러워하다가도,
‘아니, 인사 좀 받아주는 게 그렇게 힘든가?!’ 부아가 치밀 때도 있었다.
장염에 걸린 3일 간 고개 뻣뻣한 애로 전락
편의점 RTD 커피를 좋아하지만 마시면 종종 배가 아파 자주 못 사 마시는 나였다. 원유가 들어가 있는 걸 하나 사 먹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장염에 걸려버렸다. 가뜩이나 장염인데 출퇴근길이 너무 길다 보니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인턴은 근무한 2개월 차 때부터 휴가가 1개월에 하나씩 나왔다. 1개월 하고 2주밖에 다니지 않은 나에게는 쓸 수 있는 휴가가 없었다.
공장 화장실을 수십 번 왔다 갔다 하며 포카리스웨트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 팀 막내 과장이 나를 불렀다.
"내가 쿼카님 생각해서 해주는 말인데…
인사는 무조건 잘해야 돼. 공장에 너 고개 뻣뻣하다는 소문이 돌아. 공장에서는 말이야... 기본 태도가 바로 인사인데... 어쩌고 저쩌고"
‘고개가 뻣뻣하다고..?' 장염에 걸린 3일 간 전보다 인사가 줄어서 그런 소리가 나온 거였다.
충격적일 정도로 억울했다.
내가 그간 인사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피티 받을 때 다른 회원님이 헬스장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나도 인사할 정도였는데…(참고로 난 트레이너가 아니다)
전생에 인사 못 받아서 죽은 귀신이 붙었나...
다들 인사받아주지도 않으면서 인사만 그렇게 받고 싶나?
나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어차피 고개 뻣뻣한 애로 낙인찍힌 김에 아예 이제부터 인사 대충 하기.
아니면 내가 진짜 얼마나 인사를 잘하는 애인지 보여주는 것.
고작 3일 동안 인사 좀 덜 했다고 저렇게까지 말하나, 그리고 그 말 한 걸 굳이 나한테 전달해서 맘 상하게 하나 싶었다. 마음 같아선 전자를 선택하고 싶었지만, 후자를 택했다.
내가 가진 잠재력이 고작 인사를 안 하는 것으로 평가절하되는 것이 싫었다.
공장의 인사봇으로 지낸 지 3달만에, '고개 뻣뻣한 애'의 오명은 바로 떨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