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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어딘가에선

by 이희숙

사람들에겐 누구나 어 가고 싶은 장소, 은신처와 같은 장소가 있다.

나는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 나와 같이 쉬어 가는 장소, 쉼터로 커피숍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 가고 있다. 사람들은 장소가 멀고 가까운 것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자연이 숨 쉬는 곳 찾아 숲 속에서 나무에 오르는 다람쥐 보며, 아침을 알리는 종달새의 소리를 들으며 고군분투하는 삶의 쉴 자리가 필요할 때면 찾아가는 카페가 있다.

디를 가더라도, 혼자여도, 사람들과 여럿이 어울려도 커피숍은 없어서 안될 장소가 되어버렸다.

우리나라처럼 도심이나 외딴곳의 경치가 좋은 곳에 카페가 많은 나라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어느 날 운동을 마친 후 제민천 난간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살금살금 기어 올라온 작은 청개구리가 나의 곁에서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계속 머무른다.

늦은 밤 남편과 함께 제민천을 걷는 중 시냇물가에서 물 길질 하는 수달과 만나게 되었다. 처음엔 살짝 뾰족한 입만 내밀며 초롱초롱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 친근하게 느껴진다.

내가 한 발짝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물결을 따라 퍼드덕거리며 헤엄쳐오는 수달과 눈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이곳저곳으로 왔다 갔다 하는 수달을 한참 동안 지켜보며 오랜만에 만난 수달과의 만남에 너무나 신기하고 즐거웠다.

자그마한 도시 공주!

야행이란 행사준비로 분주함이 느껴지고, 무언가 새로운 것이 하나하나 자리잡아 가고 있음에 설레임에 기대가 앞선다.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고 먼 산 너머엔 먹구름이 끼어 있다.

제민천과 감영길엔 야행을 앞두고 초가집, 천막, 상품 진열대와 같은 다양한 모양의 부스들이 세워지고 있다.

제민천을 가로 지르는 다리밑엔 "주민과 함께 하는 추억의 영화 보"란 플래카드도 걸려 있다.

고교시절 많이 보았던 하이틴 영화 중의 하나로 "고교 얄개 란 영화제목이 눈에 띈다. 이승현이 주연으로 출연하였던 영화로 다시 보고 싶어지는 추억의 영화임 틀림없다.

야행 행사 전날인데도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찾아 오는지 신기한 생각이 든다.

공주에 살면서도 알지 못하는 행사를 타지 사람들이 알고 찾아오는 것도 그렇다.

매년 한층 새롭게 바뀌어 가는 문화행사 및 흥미진진한 다양한 볼거리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이곳으로 불러 모으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야행이 시작한 첫날 프로그램 순서를 보니 오후 3시부터 밤 12시까지 진행이 된다.

아침 이른 시간에 행사 준비에 분주한 진행요원들이 빵과 음료로 아침을 대신하는지 한 보따리 들고 간다.


행사를 찾은 여행객이 야행이 어떤 행사냐고 묻을 때 마다 장황하게 설명해주고 나면 괜히 어깨가 으쓱인다. 공주 시민의 한 사람으로 역할을 잘 수행해 낸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며 해가 서쪽 산 뒤로 넘어가면 제민천가에 설치된 전등이 들어오고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도심은 알록달록 형형 색색 물들여지며 누군가에게 '밤마실 가실래요'라고 정답게 말을 건네보고 싶다.

야행의 둘째 날 늦은 저녁엔 많은 천둥번개와 함께 많은 비가 내리더니 이른 시간에 모든 행사가 마무리 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야행의 셋째 날, 우체국 주변에서 음악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며 사람들이 북적북적 거리기는 하지만 예전에 웅장하고 화려했던 거리의 풍경과는 다르게 문화행사가 다소 축소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행사에 다녀간 많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엇을 감명깊게 보고 돌아갔을까?


피곤한 몸의 휴식이 필요하고, 세상사에 지친 마음의 평안함이 필요해서 찾아온 방문객들이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충분히 누리고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공주가 사람들의 시선의 끝에서 떠나지 않는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언젠가 다리밑 버드나무가 출렁거리며 클래식 4중주 연주가 흘러 나오는 것을 다리 위 난간에 기대서서 들었던 기억이 다. 구나 참여할 수 있었던 버스킹 공연으로 침나절 느슨한 듯 여유롭게 들려오던 피아노 연주곡 "백일몽'이 기억에 스쳐 지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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