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한 일상이 반복된다.
두꺼운 회색빛 구름이 가까운 산 정상에 걸린 걸 보니 비라도 흠뻑 내릴 듯한 기세다.
오픈준비를 하려고 할 때 누군가 들어서며 달달한 바닐라빈 라테와 아이스 아메리커노를 사 가지고 나가는 순간 비는 막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에 쫓기어 이리저리 뛰는 사람들이 처마밑에 몸을 피한다.
비 오는 날의 커피숍이라니...
정말 특별한 분위기이다
창밖으로 뿌옇게 내려앉은 빗줄기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 사람들이 우산을 털며 들어오는 모습, 그리고 실내는 은은한 조명아래 따뜻한 커피 향이 감돌고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비는 신기하게도 사람들의 감정을 부드럽게 터치한다.
어쩌면 세상의 속도를 잠시 늦추는 유일한 자연의 장치랄까?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마음의 여백을 남기고, 쏟아지는 장대비는 복잡한 감정을 씻어주는 것 같다.
비가 오면 우리는 어쩌면 본능적으로 "잠시 멈춤"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밖은 축축하고 차가워도, 실내는 더 따뜻하고 아늑하게 느껴진다.
그 공간 안에서 우리는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나 자신과 조금 더 가까워진다.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편안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괜찮아" 이렇게 쉬어도 돼" 하고 다독여 주는 것 같다.
오늘 같은 날 나의 커피숍은 그런 따뜻한 피난처처럼 느껴질 것 같다.
요즘 사람들에게 커피숍은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 되어 버렸다.
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
요즘 사람들에게 커피숍이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잠깐의 멈춤의 공간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만이라도 멈출 수 있는 곳, 커피 한 잔을 핑계 삼아 머무를 수 있는 '쉼표'같은 존재이다.
제2의 거실로 누군가는 공부를 하고, 누군가는 일을 하고, 또 누군가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커피숍은 집도, 회사도 아닌 제3의 공간이자 우리 모두의 거실이 된다
자기만의 시간으로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아무 말없이 함께 앉아 있는 것도 모두 자연스럽다. 혼자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오히려 당연한 공간이 된다.
분위기에 위로를 받는다. 조명, 음악, 향기 그리고 커피의 따뜻함까지 오감을 채워 주는 이 공간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결국 사람들은 커피숍에서 "자기 자신을 회복할 틈'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