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킹 Oct 05. 2024

엽기 로봇 김말자 #8

코미디 판타지 소설


박대기 기자                                                                                                                                                                                    

어느 날 저녁, 동추는 TV를 보다 말자에게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말자 씨! 내일부터 JMBC에서 <꼴뚜기 게임> 44시즌 방영한대!”     

“꼴뚜기 게임? 아! 그 돈 걸고 루저들끼리 박터지게 싸우다 다 죽는 거 그거?”      

“마저! 그거야! 정말이지 잔인하지만 흥미로워죽겠어!”     

“나는 그거보다는 <공주의 게임>이 더 좋던데.”     

“공주의 게임?”     

“그래, 왜 그거 있잖아! 불 뿜는 드래곤 타고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노랑머리 여자!”     

“아! 그거, 그거 미튜브(MeTube)에 예고편 떴어! 프리미엄 회원은 30% 깎아준다던데”      

“걱정 마! 서방님! 내가 누구니? 내가 아주 가뿐하게 불법 다운로드 받아 줄게. 돈 아껴!”     

“허걱!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혹시 또 예전 주인이 어나니머스 해커 출신이었던 거야?”     

“오호! 서방님의 이 놀라운 직감력! 마저! 나의 6번째 주인은 한때 해커계의 큰손으로 불리던 인물이었지!”     

“와! 흥미로운데!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그 해커 주인?”     

“어떻게 되긴? <큰행복 상호 신용금고> 전산망 털다가 공익 요원에게 발각되어 지금 교도소에서 콩밥 먹고 있지!”     

“어떡하다가?”     

“똑똑한 놈이 멍청한 착각을 한 거지. 그 신용금고 관리자 암호가 1234이었거든. 그런데 바보같이 여기에는 틀림없이 함정이 숨어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끙끙대다 피시방 옆자리에서 <피파온라인> 하던 놈에게 발각된 거지”     

“헤헤헤 웃긴다! 그래서 그 신용금고 관리자 암호 바꾸었데?”     

“응, 1111로”     

그런데 그때, TV 속 드라마가 갑자기 중단하더니 손석히 앵커가 등장했다.     

“속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 최대 조직 폭력배 조직인 <진실파>의 두목 마동식이 조금 전 라도베가스의 한 호텔에서 전격 체포되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현지에 나가 있는 <박대기> 기자를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박대기 기자?”     

“네, 저는 지금 라도베가스 경찰청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나와 있습니다. 조금 전 경찰청장의 공식 브리핑이 끝났는데요. 요약하자면 진실파 두목 마동식은 전국에 걸쳐 수십 군데에 <진실의 방>이라는 불법 퇴폐 유흥 업소를 차려놓고 그동안 수백억의 돈을 갈취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기 말을 잘 듣지 않는 부하들에게는 헬멧 폭행, 목덜미 누르기, 귓불 쥐어뜯기, 낭심 쥐어짜기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해악을 저질렀으며, 수백 건의 절도, 사기, 횡령, 배임, 손괴 및 수십 건의 살인, 강도, 성폭력, 폭행, 상해, 협박, 체포와 감금 및 범인 은닉, 위증과 무고, 도박과 위조까지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만약 그의 혐의가 모두 인증된다면 마동식은 최고 징역 964년이라는 단군 이래 최고의 형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박대기 기자, 마동식은 지금까지 숱한 혐의에도 불구하고 미꾸라지처럼 쏙쏙 법망을 빠져나가 <마꾸라지>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는데요, 과연 이번에는 그를 구속할 수 있을지 적지 않은 국민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지 않겠습니까? 이에 대한 현지 경찰의 의견이 어떠한가요?”     

‘네, 말씀하신 대로 마동식은 그동안 그의 악한 영향력 아래 정관계 로비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공갈, 협박, 회유로 핵심 증인들의 입막음을 시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결정적 증거들은 모두 그의 최측근 인물들이 전담함으로써 그동안 재판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는 치밀함을 보여왔습니다. 이에 현빈 제 1차장 검사를 단장으로 한 검경 공조 수사단은 수년간에 걸친 은밀한 내사와 비밀 침투 요원을 동원하여 이번에 핵심 증거를 가진 세 명의 증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 안전 가옥에서 증인 보호 프로그램으로 보호를 받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핵심 증인 중에는 마동식의 최측근뿐만 아니라 그의 애인도 포함된 것으로 현지 언론은 조심스레 추측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라도베가스에서 박, 대, 기 기자입니다.“     

’마동식의 애인이라고?‘     

그 순간, 오동추는 신보라를 떠올렸다.      

*************     

그로부터 한 달 후, 마동식 재판 3일 전. 강원도 레고랜드 코리아 호텔 옆 한 목욕탕이 화염에 휩싸인다. 박대기 기자는 숨 가쁘게 현장으로 달려가 생생한 화재 현장을 떨리는 목소리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 긴급히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불길은 30분 만에 잡았습니다. 다행히 이 목욕탕은 폐업한 상태였고요,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그럼 마이크를 데스크로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박, 대, 아아아 잠깐만요. 국민 여러분!“      

박대기 기자는 귀에 꽂힌 이어폰을 손가락을 꾹 누르며 뭔가에 집중하듯 땅바닥을 한차례 응시하더니 이윽고 고개를 들고 소식을 이어갔다.     

”아! 방금 아주 중요한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아! 국민 여러분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 되겠습니다. 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이곳에 마동식 재판의 핵심 증인 중 한 명이 은닉한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네. 국민 여러분 실로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마동식의 재정을 담당하던 핵심 증인이 이곳 목욕탕에서 때밀이와 함께 나체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그럼 자세한 소식은 1시간 빠른 뉴스 8시 뉴스책상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마동식 재판 이틀 전. 공포 체험 테마파크 <워킹 데드 체험관>이 화염에 휩싸인다. 박대기 기자는 헐떡이며 현장으로 달려가 생동감 있는 화재 현장을 우렁찬 목소리로 낭독하기 시작했다.      

”... 바로 옆 골목에서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불길은 10분 만에 잡혔습니다. 다행히 이 테마파크는 폐점한 상태였고요,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그럼 마이크를 데스크로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박, 대, 아아아 잠깐만요. 국민 여러분!“      

박대기 기자는 귀에 꽂힌 이어폰을 손바닥으로 꾹 누르며 뭔가에 집중하듯 허공을 한차례 응시하더니 이윽고 카메라를 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아! 방금 아주 중요한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아! 국민 여러분 또 한 번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이곳에 마동식 재판의 핵심 증인 중 한 명이 은닉한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네. 국민 여러분 그야말로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마동식의 법률을 담당하던 핵심 증인이 이곳 테마파크에서 좀비로 분장한 채, 사망한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이로써 마동식 재판의 핵심 증인은 이제 한 명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럼 자세한 소식은 2시간 빠른 뉴스 7시 뉴스책상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마동식 재판 하루 전. 제주도 형돈 흑돼지 농장이 화염에 휩싸인다. 박대기 기자는 저가 항공 <에어제주>를 이용해 총알같이 현장으로 달려가 짜릿한 화재 현장을 쉰 목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 근처를 지나가던 소방관들에 의해 불길은 4분 만에 잡혔습니다. 다행히 이 흑돼지 농장은 종사자들이 모두 퇴근한 상태였고요,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그럼 마이크를 데스크로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박, 대, 아아아 잠깐만요. 국민 여러분!“      

박대기 기자는 귀에 꽂힌 헤드폰을 손끝으로 살짝 누르며 뭔가에 집중하듯 한라산을 한차례 응시하더니 이윽고 카메라를 쳐다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 방금 아주 중요한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아! 국민 여러분 너무너무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이곳에 마동식 재판의 핵심 증인 중 한 명이 은닉한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네. 국민 여러분 그야말로 실로 분하고 원통하고 께름칙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마동식의 애첩이었던 핵심 증인이 이곳 형돈 흑돼지 농장에서 흑돼지로…. 아 아 아 잠깐만요. 국민 여러분! 네, 네. 네. 아 희소식입니다. 이곳에서 사망한 것은 돼지로 밝혀졌습니다. 증인은 무사히 빠져나와 현재 제3의 안전 가옥에서 머무는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죽은 거는 흑돼지라고 합니다! 그럼 자세한 소식은 3시간 빠른 뉴스 <6시 내 고향>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