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노래 1권
오움
도메니코는 사피엔티아 8의 형제였다. 그는 시칠리아 출신으로 본래 이름은 리카르도 벨라피오레 (Riccardo Bellafiore)였다. 벨라피오레는 시칠리아 방언으로 ‘아름다운 꽃’을 뜻하는데, 그의 가문이 마피아 세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름이었다.
어린 리카르도는 매우 풍족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의 운명은 그가 다섯 살이 되기도 전에 뒤바뀌었다. 마피아 전쟁이 격화되면서 그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삼촌들까지 하나씩 무자비하게 제거당했다. 그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기억은 어둡고 무거운 장례식, 그리고 차가운 밤에 울리던 기관총 소리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시칠리아의 권력 가문 후계자에서 아무것도 아닌 고아가 되었다.
그는 신분을 숨기기 위해 나폴리의 외딴, 수녀원이 운영하는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세상이 그를 망각하게 만들기 위해, 그의 이름은 완전히 지워졌다. 그의 새로운 이름은 안젤로 카프리치오 (Angelo Capriccio)였다.
그는 수녀들과 다른 아이들의 눈에는 조용하고 순종적인 아이로 보였다. 하지만 밤마다 그는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사라진 가문과 피로 얼룩진 과거를 되새겼다. 그에게 있어서 '안젤로'라는 이름은 허울에 불과했다. 그 안에 숨겨진 본래의 자신은 여전히 리카르도였고, 그 이름과 함께 태어난 무자비함과 복수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안젤로는 열세 살이 되던 해,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작은 무리인 또래 고아들과 함께 고아원을 빠져나왔다. 그들은 도심의 한복판에서 처음엔 자유의 단꿈을 꾸었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거리에는 그들보다 더 험악한 사람들, 더 잔인한 자들이 득실거렸다. 그는 도심의 잔혹함을 그대로 흡수하며, 거리에서 필요한 무자비함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소매치기부터 시작했다. 골목에서 혼자 있는 행인을 몰래 따라가 지갑을 슬쩍하거나, 가게에서 무언가를 훔치는 일 따위였다. 그러나 점차 그의 범죄는 더 대담해졌다. 그는 강도질을 배우고, 때로는 주먹을 휘둘러 상대를 제압하기도 했다. 그의 폭력성은 점점 거칠어졌고, 더 이상 두려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폴리의 좁은 골목에서 안젤로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어둠을 모두 익혔다. 돈을 위해서는 누구든 배신할 수 있었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은 경찰의 기록에 자주 등장했다. 소매치기, 강도, 폭행, 그리고 그보다 더한 일들로 그는 전과가 쌓여갔다. 감옥은 그의 집이 되었다. 들어가면 몇 달을 지내다가 나오고, 다시 범죄의 세계로 돌아갔다. 교도소에서 그는 더 잔혹한 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들이 가진 범죄 기술과 냉혹함을 체득했다.
그리고 마침내 열아홉이 되던 해, 그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명확히 알았다. 그는 건달로 살아왔지만, 그 속에는 절대 꺼지지 않는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자신의 진짜 이름, 리카르도 벨라피오레의 이름을 되찾는 것. 세상을 상대로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고 복수하는 것.
그는 자신의 가문을 멸망시킨 자들, 벨라피오레 가문의 몰락을 가져온 원흉들을 찾아내야만 했다. 리카르도는 그동안 길 위에서 만난 이들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 타고난 리더십은 그의 무기가 되었다. 그는 다른 사람을 단순히 부하로 삼지 않았다. 그들을 위해 자신이 직접 싸웠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며, 그들 모두에게 목적과 자부심을 주었다.
이 젊은 리더는 길거리의 피와 거친 생활에서 단련된 배짱과 지능을 가진 완벽한 지도자였다. 시간이 흐르며 리카르도의 무리는 늑대 떼처럼 강력해졌고, 그들의 위력은 자연히 시칠리아의 범죄 세계에 스며들었다.
그의 아버지를 죽이고 가문을 파멸로 이끈 주역들은 시칠리아의 두 유명한 마피아 가문이었다. 하나는 카포네티 (Caponetti) 가문, 그리고 다른 하나는 라 피에트라 (La Pietra) 가문이었다. 카포네티는 시칠리아 서부를 지배하는 무자비한 세력으로, 폭력과 무역을 결합해 막대한 재산을 축적한 가문이었다. 라 피에트라는 시칠리아 남부를 주름잡던 거대한 조직이었다.
리카르도의 아버지, 빈센조 벨라피오레는 시칠리아의 한때 전설적이었던 일 로마노 (Il Romano)라는 마피아 조직에 속해 있었다. 그들은 로마 제국의 이름에서 영감을 받았듯이, 오래되고 깊이 뿌리박힌 전통과 명예를 지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카포네티와 라 피에트라의 연합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리카르도는 일 로마노의 몰락을 가슴 깊이 새기며, 복수의 칼날을 날카롭게 벼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포네티와 라 피에트라, 두 거대한 가문은 리카르도의 앞에 서 있는 커다란 벽이었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가 키운 늑대들은 이제 배고팠고, 그 배고픔은 피로 채워질 것이었다.
- 릴리안 나리의 저서 <아마겟돈 전쟁> 중 -
루카는 시장의 권유로 자리에 앉자마자 눈앞을 가득 채운 한 벽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금속판에 새겨진 이름들과 사진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곳, 지하도시 네크로폴리스를 건설하기 위해 희생된 순교자들의 얼굴이었다. 그들은 이 도시의 기초를 자기 피와 땀으로 다진 이들이었다.
루카는 이제 정면으로 눈을 돌렸다. 도메니코 시장 뒤에는 어떤 인물의 초상이 크게 걸려 있었다. 바로 네크로폴리스의 태양을 창조한 하인리히 폰 슈타인베르크 (Heinrich von Steinberg) 박사였다. 그는 핵융합을 이용해 인공 태양을 창조하였고, 그 덕분에 이 지하도시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찬란하게 빛날 수 있었다. 그의 존재는 네크로폴리스 자체와 다름없었다.
루카는 그를 바라보며, 이 지하 세계의 새로운 창세기를 그려낸 신화적인 인물과 이야기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도메니코 시장은 루카의 표정 속에서 경탄이 어우러진 것을 느끼며, 차분하게 그가 현실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차와 다과가 들어왔다. 하늘색의 찻잔에 담긴 따뜻한 차는 그윽한 향을 풍기며 방 안을 감쌌고, 작은 접시에 담긴 다과는 섬세한 예술작품처럼 배열되어 있었다.
마침내 루카와 눈을 마주친 시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루카 씨, 잘 아시다시피 슈타인베르크 박사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우리는 아마겟돈 전쟁 이후 이 지하에서 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인공 태양은 우리에게는 생명 연장의 동아줄이었죠. 하지만…. 지금 우리 도시는 부쩍 늘어난 인구와 그로 인한 식량과 쓰레기 문제, 지상의 샤크라들이 창궐하면서 발생한 보안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루카는 시장의 말에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은 그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한 듯, 조용히 차를 그에게 건네며, 차분한 미소를 지었다. 방 안의 공기는 향긋한 차의 아로마로 가득 차기 시작했고, 그 향은 루카의 긴장을 서서히 풀어주었다. 루카는 찻잔을 손에 쥐고, 몸속에 퍼지는 따뜻한 향기에 잠시 취해 있었다. 시장도 그가 차를 음미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잠시 기다리는 시간을 가졌다.
"루카 씨,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주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입니다. 이곳 지하의 공기 속에는 숨 막히는 밀폐감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외부의 소음이나 변화 없이, 무수히 반복되는 일상에 갇혀 있고요. 이 반복의 원심력 속에서 사람들은 자아의 경계를 허물고, 정체성의 혼란 속에 빠져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공간의 제약 속에서 심각한 위축을 겪으며, 폐쇄된 환경에서 유래된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은 날로 심화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흐름과 리듬에서 멀어진 우리는 이제 시간의 개념조차 잊어버린 듯, 날과 달의 변화를 모르는 채 살아갑니다. 그래서….”
시장은 말을 멈추고 찻잔을 손에 들었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이듯 천천히 음미했다. 그의 시선은 고요하고도 결연하게, 마치 그가 준비한 말의 중요한 의미를 되새기는 듯 보였다.
“우리는 꽤 오래전부터 지상으로의 새로운 삶을 도모해왔습니다. 우리 시민들이 모두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곳 말입니다.”
루카는 그 말을 들으며 눈을 크게 뜨고, 호기심과 불안이 엿보이는 표정으로 물었다.
“시장님, 그런 곳이 지상에 남아있는가요?”
시장 역시 그의 질문을 예견한 듯, 깊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물론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남극부터 북극까지, 태평양부터 대서양까지, 이 세상은 그야말로 철저하게 파괴되었습니다. 그러나 비교적 우리 가까이에, 우리의 쉼터가 될 만한 곳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루카가 놀라운 표정을 짓는 동안, 시장은 리모컨을 꺼내 들었다. 그는 리모컨의 버튼을 조심스럽게 눌렀고, 방 안의 조명이 희미해지면서 천장에 숨겨져 있던 프로젝터가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벽 한쪽에 커다란 화면이 펼쳐졌다.
화면 위로 떠 오른 이미지는 무수한 섬들이 물 위에 떠 있는 장관을 펼쳐 보였다. 각 섬은 크기와 모양이 제각기 달랐으며, 청명한 바다의 푸른 색상 속에 흩어져 있었다. 루카는 화면을 보며, 넋을 잃은 듯 감탄했다.
“저곳이 우리의 새로운 주거지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시장 역시 화면에 비친 섬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가 어디인가요?”
“에게해에 떠 있는 천 개 이상의 섬들입니다.”
“저기는 어떻게 전쟁에서 무사할 수 있었던 건가요?”
시장은 아무런 대답 없이 버튼을 다시 눌렀다. 화면 속에는 섬 한가운데 위치한 거대한 원형 돔이 장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돔의 외관은 금속과 투명 재질의 절묘한 조화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그 표면은 태양 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였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신성한 보호막처럼, 그 거대한 구조물은 섬을 감싸고 있었다. 돔의 중앙에는 고요한 빛이 퍼지며, 주변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었다. 돔 내부의 모습은 밝고도 평화로웠으며, 주거시설과 공원도 보였다.
루카는 숨이 멎은 듯한 표정으로 돔을 응시했다. 그가 본 장면이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듯 보였다.
“저 저 저게 도대체 뭔가요?” 루카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저것은 ‘오움’이라고 알려진 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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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기스의 머리 위로 성벽의 돌덩어리와 흙먼지가 거대한 파도처럼 몰아치더니, 거대한 광풍과 함께 아이기스 주변을 내려찍었다. 아이기스는 위협을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몸을 재빨리 낮추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피했다. 그러나 어벤저는 그렇지 못했다. 거대 돌덩이 무리에 억눌린 어벤저의 몸체는 삐걱거리며 으스러져 갔고, 섬뜩한 마찰음이 메아리쳤다.
아이기스는 머뭇거릴 틈도 없이 문을 향해 전력 돌진했다. 그의 몸체가 철문에 부딪히며 나는 충격음은 뇌우가 대지를 때리는 듯한 소리처럼 들렸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충돌에도 문은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기스는 사력을 다해 문을 계속 들이받았다.
마침내 뼈대가 꺾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견고했던 문이 조금씩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아이기스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겨우 문을 통과했다. 그 순간, 미로 전체가 뒤에서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무너져내렸다.
문을 통과한 순간, 아이기스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샤크라의 전투병들이었다. 단 한 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그들의 총구에서 불길이 터져 나왔다. 총탄이 쏟아져 내리는 소리는 금속성 파열음과 함께 공간을 가득 채웠고, 집중포화 속에서 아이기스의 몸체는 마치 폭풍우 속에 선 배처럼 휘청거렸다. 수많은 탄환이 그를 연이어 강타하며 스파크를 일으켰다.
그러나 아이기스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특수 티타늄 강철로 이루어진 그의 몸은 이미 수많은 전투에서 단련된 강력한 방어벽과 같았다. 흔들림은 잠시일 뿐, 곧 그는 제어권을 되찾았다. 감각 센서는 순간적으로 주위의 모든 움직임을 분석하고, 적들의 위치와 궤도를 파악했다. 그의 두 팔과 허벅지에 장착된 기관총이 자동 준비 상태에 돌입했다.
그는 양손에 장착된 기관총에서 화염을 뿜어내며 샤크라 병사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퍼부었다. 전투병들의 진영은 그의 무자비한 반격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틈을 노려 아이기스는 전방을 향해 돌진했다. 아이기스는 적진을 휘몰아치며, 한 발짝 한 발짝 적들의 방어선을 무너뜨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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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수는 긴박한 심정으로 알렉세이에게 메시지를 전송했다.
"사령관님! 함선 포격을 멈추어 주십시오. 지금 성벽 미로 안에 아이기스가 갇혀 있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돌아온 답은 무심하고 차가웠다.
"아이기스 하나인가?"
지수는 잠깐 숨을 고르고 답장을 보냈다.
"네, 그렇습니다만 아이기스는 전투 로봇 전체의 선두 지휘자입니다."
그러나 알렉세이의 답장은 간결했고, 그 속에는 어떠한 연민도 느껴지지 않았다.
"고작 하나이지 않은가?"
알렉세이의 냉담한 반응에 지수의 가슴은 실망으로 무거워졌다. 전장에서 전략적 판단이 최우선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아이기스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모든 기계 군단의 심장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하지만 그런 이유로 사령관을 설득할 수는 없었다. 알렉세이에게는 명분이 필요했다. 지수는 이를 이해하면서도 답답한 마음을 억누르며, 이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저에게 또 다른 작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신속하게 카타콤이 그려진 지도를 불러냈다. 그 지도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하 미로의 통로를 보여주었고, 그는 이를 빠르게 정리해 알렉세이에게 전송했다. 그 안에는 단순한 경로 이상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아군의 침투 경로와 타겟 지점, 그리고 목표 대상을 명확하게 구분한 지수의 전략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지수는 덧붙였다.
"사령관님, 우리의 소수 정예군이 이 지하 통로를 이용해 도시로 침투할 수 있습니다. 만약 통로가 비어있다면, 우리는 적의 방어선을 우회해 주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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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오움이 뭔가요?"
이 비밀스러운 단어는 루카가 알고 있던 세계의 상식 – 철저하게 파괴된 세상 -을 벗어난 것이었다.
"오움은 파더스 그룹이 자신들을 추종하는 자들을 위해 만든 은신처입니다. 아마겟돈 이후의 세상을 대비하기 위한 장소죠. 일종의 보호막과도 같은 거대한 돔입니다." 시장은 루카의 놀라움을 이해하는 듯, 천천히 설명을 이어갔다.
"전 세계에 흩어진 수천 개의 섬에 이런 돔이 존재합니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완벽하게 격리된 채, 생존자들이 그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죠."
시장의 눈빛은 멀리 수평선 너머에 있는 수많은 섬을 떠올리며, 그 안에 숨어 있는 은신처들을 상상하는 듯했다.
"우리는 그 중 몇몇을 탈취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시장님. 파더스 그룹이 그 돔을 만들었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그들은 아마겟돈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들입니다. 그들을 어떻게 물리치신다는 말씀인가요?"
루카의 목소리에는 의심과 불안이 섞여 있었다. 시장은 루카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설명을 덧붙였다.
"현재 오움은 사실상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말속에는 확실한 자신감이 깃들어 있었다.
"파더스는 지금 서로 간의 싸움에 몰두해 있습니다. 형제들 간에 벌어진 권력 다툼이 그들을 분열시켰고, 그 결과로 그들은 더 이상 지상을 돌볼 여력이 없습니다." 시장은 루카를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 상황은 우리에게 천운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루카는 여전히 의문을 품었다.
"그런데, 어떻게 저곳까지 간다는 말씀이신가요? 우리 지하 주민이 적어도 만 명은 될 텐데, 그들을 모두 데리고 오움까지 갈 수 있단 말인가요?"
그러자 시장은 깊은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대답했다.
"바로 그 때문에 루카님을 부른 겁니다."
시장의 눈에는 차가운 결단과 강한 신념이 담겨 있었다.
"오늘 루카님이 목격하신 전투 장면, 그것은 바로 블랙 세르펜트의 공격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루카는 순간 말을 잃고 머뭇거렸다.
"그…. 그렇다면…. 그 악명 높은 해적들 말인가요?"
그의 목소리는 불안과 놀라움이 뒤섞인 채 떨렸다.
"네, 맞습니다." 시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답했다.
"그들의 손에 걸리면 우리는 모두 노예로 전락할 것입니다."
시장의 말은 루카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그 순간 시장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그러나, 이 상황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기회라니요?" 루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시장에게서 예상치 못한 미소가 번졌다.
"샤크라와 블랙 세르펜트 간의 싸움은 결국 서로를 약화할 것입니다. 그들의 충돌은 양측 모두를 지치게 만들고, 그 틈을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겁니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확신에 차기 시작했다.
"그들이 싸우는 동안, 우리는 블랙 세르펜트가 끌고 온 함선을 탈취할 계획입니다. 그 함선을 이용해 우리는 오움으로 갈 것입니다."
루카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 하지만, 우리가 그 배를 운전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시장은 확신에 찬 답을 내놓았다.
"그건 걱정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주민의 대부분은 이곳 나폴리나 해안가 도시 출신입니다. 그들은 바다와 함께 자라났고, 배를 다루는 법을 몸으로 익힌 사람들이죠. 선장도, 항해사도, 기관사도 모두 있습니다. 그리고 해군 장교 출신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은 한 가지 중요한 문제를 덧붙였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합니다. 루카님, 당신은 그 누구보다 이 도시의 바깥세상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우리 길잡이가 되어주셔야 합니다."
시장의 눈빛은 간절함과 신뢰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 특수 부대원들이 샤크라의 무기를 탈취할 계획입니다. 그 무기가 없다면, 우리 계획은 단지 이상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무기를 손에 넣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숨어지내는 자들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자들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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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방어 진지를 돌파한 아이기스는 빠르게 주변을 살피며 부서진 빌딩들이 밀집된 곳으로 향해 전력 질주했다. 그가 지나간 자리마다 화염이 줄곧 따라다녔다. 그의 몸에는 수많은 스크래치 자국이 생겼고, 몇몇 연결 부위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아이기스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웠다. 그를 향해 쏟아지는 총탄과 폭발음이 그의 모든 감각을 자극했다.
그러나 그 순간이었다.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던 기계음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수백 개의 초소형 자폭 드론이 하늘을 뒤덮으며, 마치 벌떼처럼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공기 중에서 파닥이는 그들의 메탈릭 날개가 섬뜩한 금속음을 울리며 그들은 일제히 아이기스의 몸을 향해 돌진했다. 아이기스는 그들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방어 태세를 취했지만, 이미 너무 많은 드론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들은 비처럼 쏟아져 내리며 그의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드론이 그의 외피에 부딪히는 순간, 그 작은 기계는 순식간에 폭발하며 강렬한 불꽃과 파편을 쏟아냈다. 아이기스는 처음에는 폭발을 견뎌냈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그 뒤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발들이 그의 방어력을 조금씩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드론들이 붙었던 자리에선 금속 파편이 튀고, 그 아래에 숨겨져 있던 내부의 복잡한 기계 구조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이기스는 지쳐갔다. 중첩된 폭발과 충격을 견디며 피로에 찌들며 그의 반응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아이기스는 마침내 몸을 지탱하기 힘들 정도로 지쳤다. 그의 시야가 흐릿해지고, 센서가 경고음을 쉴 새 없이 울리는 와중에도, 그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그러던 순간, 그의 눈에 거대한 연료 탱크가 들어왔다. 아이기스는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모아 몸을 일으켰다. 절박한 기계음이 그의 내부에서 메아리쳤지만, 그는 그 경고를 무시한 채 오직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 달렸다. 그는 비틀거렸고, 금속 부품들이 뒤틀리며 끼익하는 소리를 냈지만, 아이기스는 모든 고통을 이겨내며 탱크를 향해 돌진했다.
연료 탱크가 가까워지자 그는 그 자리에서 총을 들어 난사하기 시작했다. 총탄이 탱크의 두꺼운 금속 표면을 강타하며 연료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은 스파크가 일더니 한순간에 폭발했다. 일대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하늘로 치솟은 불길은 사방으로 퍼지며 드론들을 집어삼켰다. 불길은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기세였다. 그 순간 아이기스는 망설임 없이 그 불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졌다. 불길이 그의 피부를 감싸고, 폭발의 열기가 그의 센서들을 뒤흔들었지만, 아이기스는 오히려 그 안에서 새로운 힘을 얻는 듯했다. 드론들은 그를 쫓아 불 속으로 달려들었지만, 그들의 연약한 날개와 가느다란 뼈대는 뜨거운 화염 앞에서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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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의 새로운 작전에 따라 전투 로봇과 특수 요원들로 구성된 침투조가 구성되었다. 그들은 수 세기 동안 숨겨져 있던, 해변과 접한 카타콤 입구의 흙을 치우고 지하 통로로 들어갔다. 통로는 좁고, 곳곳이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있었다. 차가운 습기가 벽을 타고 흐르며, 희미한 악취가 코끝을 찔렀지만, 아무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발걸음은 은밀했다. 특수 요원들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고, 그들은 손에 들린 무기를 꽉 쥔 채 일말의 소음도 내지 않으려 조심했다.
그때, 천장의 균열 속에서 박쥐들이 느닷없이 튀어나왔다. 박쥐 떼가 어둠 속을 가르며 날아오르자, 그들의 날갯짓이 벽에 비친 그림자로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자 다시 무거운 정적이 통로를 가득 메웠다.
그들이 좁고 구불구불한 통로를 간신히 빠져나오자 눈앞에 제법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그러나 이곳의 중심부에는 세 개의 구멍이 나 있었다. 각 구멍에는 튼튼한 철망이 세워져 있었고, 그 철망 너머로 어두운 통로가 이어진 듯 보였다.
침투조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눈앞에 놓인 선택의 갈림길은 그들에게 뭔가 중요한 시험과도 같았다. 이 상황을 모니터로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던 지수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세 개의 구멍 중 두 개는 분명 가짜였다. 오래전부터 이곳 카타콤은 수많은 함정과 위장된 통로를 만들었다. 그들은 외부의 침입자들이 이곳을 발견하더라도 결코 지하 주민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도록 이런 방법을 사용했다.
지수는 모니터에 집중했다. 그의 손은 화면 위를 오가며 각각의 구멍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지수의 머릿속에서는 카타콤의 복잡한 설계도가 떠오르고 있었다. 감춰진 미로의 비밀과 함정들이 퍼즐처럼 맞물려 돌아갔다.
이윽고 지수는 침투조에게 명령을 내렸다.
"각 구멍 입구에 라이터 불을 갖다 대 보십시오."
침투조는 즉각 지수의 지시에 따라 각 구멍 앞에 서서 라이터를 꺼냈다. 어둠 속에서 작게 타오르는 불빛이 세 개의 구멍 앞에서 조심스레 흔들렸다. 첫 번째 구멍에서는 라이터의 불이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두 번째 구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침투조는 마지막 구멍 앞에 서서 라이터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세 번째 구멍 앞에서 라이터의 불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 번째 구멍입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연결된 구멍에는 항상 미세한 바람이 흐릅니다. 그것이 진짜 통로의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