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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 Nov 17. 2022

00. 한국여자의 유러피안 리더십

들어가는 말

‘유럽이 나와 맞다’는 막연하지만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서울에 위치한 유럽계 회사에서 첫 직장을 잡은 게 2008년입니다. 살다 보니 어느새 런던과 암스테르담, 상해에서 일을 한 지가 11 년이 넘었고, 세 개의 굵직한 유럽 회사를 다니며 경력이 쌓여 리더십의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지난 2020, 저는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영국 회사의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CEO 아래의  1% 직원으로 마케팅, 이커머스, 디지털, 제품 개발 경력을 살려 이커머스 제품 혁신 부서를 이끌었고요.


많은 분들이 느끼셨다시피 그 해는 재택근무로 사람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회사의 사업이 격변을 겪는 시기였죠. 저에게는 그만큼 힘들어진 직장생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때였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 인종 관련 범죄가 많았습니다. ‘블랙라이브스메터 (Black Lives Matter)’ 데모가 일어났고, 많은 이들을 어려움에 몰고 간 코로나가 중국 우한발이라 동양인들이 서구권에서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 어두운 시기를 지나며 저는 한 번도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는 저의 인종적 정체성에 대해 되짚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인종적 정체성이 직장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회사생활이 고단할수록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문화적 배경을 실마리로 저를 분석하고 회사의 문화를 분석했습니다.


처음에는 ‘나는 이곳에서 한국인이 아니라 동양인인가’라는 종잡기 어려운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시간을 들여 저를 돌이켜보니, 제 많은 부분이 한국인, 혹은 유교 영향을 받은 아시아인임을 깨달았습니다. 유럽인과 비슷한 가치관, 식습관을 가지고 있어도요.

아직도 저의  무엇이 전방위적 동양적인 것이고 무엇이 한국 고유의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동양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저의 많은 부분은 한국 여자임에 뿌리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적절한 가설인 것 같습니다. 아닐 수가 없겠죠. 한국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첫 직장 3년까지 채웠으니까요.

총 16년의 해외생활로 달라진 인맥, 네덜란드 사람과의 결혼과 문화를 통해 변화한 60% 의 한국 여자로서, 이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간 직장인으로서, 쉬운 건 없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더 많죠.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전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은 제가 어디까지 올라가나 항상 실험 중입니다. 유럽에서, 유럽 회사에서, 아니고 싶어도 그럴 수밖에 없는, 한국인 여자로 사람이 따르는 리더의 위치에 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 여성이 유럽 회사의 리더가 되려면, 실력만 믿고 그냥 직진하면 될까요? 전 그랬습니다. 대학교 때 ‘능력자’라고 불리곤 했습니다. 첫 직장도 졸업하기 전에 한 번에 들어갔습니다. 런던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후 바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기업의 본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이직과 승진도 제 때에 가능했습니다. 저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회사 시절이 특별히 힘들었던 2020년, 정체성에 대해 깊이 반추해보니 참 도움이 되더군요. 하루에 한 가지 씩 주제를 정해 지나온 경험과 현재의 생각을 대조해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에서, 제가 미처 깨닫지 못한 무의식적인 행동과 사고 패턴을 알게 되었고, 그게 어떻게 승진하고, 더 높은 자리의 리더로 인정받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지 느껴졌습니다. 흔히들 하는 말인 ‘유리천장’을 이루는 요소를 조금씩 알게 되었달까요.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게 있습니다. 직장에서의 성공을 정의하는 기준은 자기 마음에 달린 지라 승진, 직책, 더 높은 연봉, 리더십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연차가 달릴수록 후배를 코칭하는 것이 승진과 연봉 인상을 통해 인정받는 것보다 더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덥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는 이상, 열심히 일한 만큼 평가를 잘 받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요.


그래서 제 글은 유럽형 리더가 되기 위해 뭘 갈고닦아야하는 전략지침이라기보다도, 우리나라 여성으로 직장생활을 헤쳐가는데 있어, 혹시나 간과할 부분을 참고해 알아가는 정도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각계 각국의 리더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연설하는 이벤트이자 네트워크 기관인 테드 토크(Ted Talk)에서 리더십 관련 비디오를 검색하면, 한국인 혹은 아시아인이 나오는 게시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실 겁니다. 오히려 아시아 여성 관련 비디오는 ‘편견을 타파하자’라는 내용이 많고, 정말 몸소 리더십을 보여주지는 않네요. ‘준비된 인재’라는 말 많이 씁니다. 반추 없이, 공부 없이, 준비는 없습니다. 모쪼록 제 글이, 독자분의 미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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