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글을 쓸 때는 타자를 두들기면서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는 식의 멀티태스킹을 좋아한다. 좋아한다기보다는 눈이 제 맘대로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게 내 눈알은 ADHD가 분명.
내 앞, 앞, 옆, 옆, 옆 자리에 나시티를 입은 남성 둘이 앉는다. 어이구야, 팔뚝이 잔뜩 화나있네. 울그락 불그락. 그 둘이 마실 커피는 안 봐도 뻔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곧 서빙되는 두 잔의 유리잔, 그 안의,
그럼 그렇지.
나시맨 듀오는 암묵적으로 첫 번째 할 일은 커피 마시기, 두 번째 할 일은 수다로 결정한 듯했다. 아무 말도 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쫙쫙 들이킨다. 금세 투명한 유리잔에 투명한 얼음만 남는다. 그 후로는 유리잔을 들던 손으로 이리저리 손짓하며 수다를 떨기 시작.
그때부터는 나도 시선을 앞, 앞, 옆, 옆, 옆, 옆 자리의 베레모 할아버지로 옮겼다.
할아버지와 딸기라테라니. 귀여우셔라!
얼마 지나지 않아 나시맨 듀오는 드르륵 하며 일어선다. 카페 사장님이 참 좋아하실 것 같았다. 후딱 먹고 후딱 사라지는 손님. 내가 아르바이트할 때는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는 손님이 좋았는데. 사장의 마음은 다르니까.
그런데 그 두 남성. 알고 보니 마들렌을 시켰나 보다. 노란 레몬 마들렌을 픽업대에 가져다 두는 모습에 충격.
마들렌을 시켰어?
한 입도 안 먹고 버려?
어쩌다가 손바닥보다 작은 마들렌 하나를 시켰을까,
또 어쩌다가 그 하나를 못 먹고 남겼을까.
내 동생이었다면 돈 아깝게 뭐 하는 거냐고 꾸짖었겠지만 출처모를 그들이 남긴 마들렌은 뭔가 신비스러웠다.
한입거리의 마들렌이라도 먹기 싫으면 먹지 않는 쿨함 같은 거?
아니면
레몬 맛인지 모르고 시켰다가 너무 새콤해서 포기?
궁금해 궁금해.
물어볼 깜냥도 없지만 설령 알려준다고 해도 모르고 싶다.
두고두고 친구들에게 물어봐야지. 그 둘, 왜 그랬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