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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빨간마스크

by 초름

한 어린아이가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직 해가 떠 있을 시간이었지만,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서 그런지 이미 하늘은 어둑어둑 해져있었어요. 엄마에게 혼이 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했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엄마가 늘 주의를 주셨거든요.

이제 마지막 골목만 돌면 집에 도착이었습니다. 그때 한 여성이 다가왔습니다.

여성은 빨간 마스크를 쓰고 있었어요.


코로나 시국에 마스크는 필수라지만, 빨간 마스크는 왠지 섬뜩합니다.

잉?

아무튼, 빨간 마스크를 쓴 여자가 아이에게 물었어요.


"내가 예쁘니?"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뭔가 싸늘한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러자 여자는 마스크를 벗었고, 아이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 있었거든요.'


놀라서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굳어버린 아이 앞에 여자는 얼굴을 들이밀고 말했습니다.

"그럼 나랑 똑같이 해줄게"


그 뒤로는 여러분의 상상에... 앙


이게 바로 빨간 마스크 괴담이에요. 어때요 무섭죠!

제가 초등학생 때 유행했던 괴담인데, 처음 듣고 난 후 밤길에 빨간마스크를 만날까 봐 어찌나 무섭던지요.

혹시 만나게 되면 못생겼다고 해야 되나, 모르겠다고 해야 하나 하면서 우수답변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못생겼다고 하면 갈기갈기 찢기고, 모르겠다고 하면 입을 반만 찢는다는 사실을 안 이후로는 그냥 그렇다고 대답해야지! 했던 기억도 나요.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제가 오늘 아침에 갑자기 빨간마스크가 됐거든요.

네?


아니, 아침에 눈을 떴는데... 그때는 사실 기억이 안 나요. 제가 6시 40분에 나가야 하는데 6시 20분에 일어났거든요. 정신없이 씻고 물도 마시고 옷도 입고 머리도 말리고 출근해서 커피 한잔 마시고 거울을 봤는데 어라?

입가의 왼쪽이 빨갛게 물들어있는 거예요.

처음에는 립스틱을 잘 못 바른 줄 알았어요. 그래서 벅벅 긁었는데 색이 더 진해지기만 하는 거예요.

립스틱이 물들었나? 실험 삼아 오른쪽 볼에 립스틱을 바르고 지워봤어요.

이런 이런, 너무 잘 지워지네.


그럼 이 상처같은 건 뭐지?

혹시 제가 잠든 사이 몽유병이 생긴 제가 눈을 뜨고 길거리에 나갔다가 빨간마스크를 만나서..! 빨간마스크의 질문에 모르겠다고 대답해서..! 결국 왼쪽 입가가 찢어진 것일까요?


아, 그냥 그렇다고 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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