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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름 Jan 01. 2023

보기 좋은 떡은 생긴 값을 해라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 그거 다 옛말입니다.

 

왜 이렇게 화가 났냐고요? 

이게 다 오늘 먹은 에그타르트 탓이에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자타공인 에그타르트 감별사로서, 겉만 살짝 봐도 이 에그타르트가 맛이 있는 아이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답니다.

매의 눈을 통과한 에그타르트는 바로 얼그레이 에그타르트. 

에그타르트 위에 얼그레이 크림, 그 위에 생크림이 올라가 있고 위에 금박지가 아주 작게 톡 올라가 있어요. 

맛있겠죠?

맛있는 것만 쌓아 올렸는데 맛없을 수는 없는 거예요. 

생크림이 아주 똥똥하게 올라가 있는 게 이건 생크림에 자신 있다는 거거든요. 

마지막으로 타르트지, 포르투갈 식이군. 페이스트리의 결이 겹겹이 살아있어요. 너무 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너무 덜 익지도 않아서 군데군데 그을린 부분이 있는 게 제가 딱 좋아하는 식감일 게 뻔했어요.

 

무려 6천 원의 거금이지만 결제에 망설임은 없습니다.

에그타르트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거든요.


사실 결제 직전까지 딸기타르트와 아주 쟁쟁한 설전을 벌였답니다. 강력 후보였던 딸기타르트는 중간에 딸기시럽이 딸기 약 맛이 날 것 같다는 저의 날카로운 지적에 걸려서 탈락. 


얼그레이 타르트, 간택을 받은 것을 축하한다. 너를 위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함께 시켰단다. 


두근두근 첫 입! 

어라? 

크림이... 미끄덩 크림이다.

아, 이건 아니지. 

에그타르트에 식물성 생크림은 반칙이잖아요.

밑에 깔려있던 얼그레이 크림은 얼그레이 향이 너무 옅어서 맛은 거의 없고 부드러운 식감만 살짝 있는 거예요. 얼그레이 크림 너마저 날 배신하다니. 

결국 크림 걷어내고 타르트만 먹었는데, 크림을 올려둔 지 오래돼서 그런지 타르트지가 바삭하지 않고 질긴 거 있죠?


참담하기 그지없었던 순간이었어요.


저는 이제 무얼 믿고 살아가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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