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7500원에 하는 비법

by 초름

저는 두 달간 본가에서 출퇴근하며 신입사원 연수를 받고 이후에는 기숙사로 들어갈 운명입니다. 으아 기숙사로 가기 싫습니다. 응애. 6시면 따뜻한 집에 도착할 수 있는 건 지금 뿐이에요. 퇴근 후 잘 때까지 시간이 널널하기도 하고, 취업하면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드디어 실천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첫 유력 후보는 바로 스피닝. 2년간 스피닝에 미쳐있었거든요. 저는 클럽을 가본 적이 없어요. 밤마다 스피닝 가느라...


집 근처 센터에 문의를 해봤는데 이게 참, 가격 책정이 요상하더랍니다. 한 달 하면 20만 원인데 세 달 하면 한 달에 10만 원꼴, 1년 하면 한 달에 6만 원인 꼴인 거예요. 차라리 한 달이 20만 원이고 1년은 20*12=240만 원이라면 결제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두 달 하면 40만 원인데 세 달은 30만 원으로 10만 원이나 더 싸지니까 이건 도저히 억울해서 결제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전화를 드려 여쭤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두 달 후에 이사를 가야 해서 그런데 혹시 세 달 이벤트 말고 두 달 이벤트는 없을까요?”

그랬더니 신박한 대답을 해주셨어요.

“그러면 3개월이나 1년을 끊으시고 2개월 하신 후에 당근마켓으로 양도하시면 돼요~ 양도비는 5만 원입니다.”


오호라,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제 천재적인 좌뇌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내가 당근마켓으로 양도받으면 되겠네.’


이런 똑똑이를 보았나. 엉덩이를 셀프로 팡팡팡 해주고 당근마켓에 ‘스피닝 양도’를 검색해 봤습니다.

제가 방금 전화한 센터의 3개월치 이용권을 20만 원에 양도하시는 분이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한 달 가격으로 두 달을? 바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판매자는 양도비 5만 원을 추가해서 25만 원에 파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문득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일까요?


제가 오늘 질문이 참 많네요. 신나서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판매자는 1년을 결제해서 한 달에 6만 원꼴로 다녔으니까 세 달을 양도한다고 하면 18만 원에 팔아도 전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가격을 더 올려서 이득을 보려고 한 것이니까요. 괘씸해!


괘씸죄를 적용해서 5만 원을 깎아달라고 여쭤봤습니다. 그런데 2만 원만 깎아서 23만 원으로 해주겠다는 것이에요. 저는 고민을 시작했고 이내 다른 양도글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두 달 하고 그만둘 거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필라테스가 신예후보로 올라선 것입니다. 필라테스는 원체 비싼 운동이잖아요. 그럴걸요? 보통 얼마 정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당근마켓에서 찾은 제품은 24회에 28만 원이었어요. 바로 결제하겠다고 하니까 24만 원으로 깎아주시기까지! 양도비도 대신 내주시고! 1회에 만원으로 하게 된 거예요. 원래 가격을 보지는 않았지만 느낌상 그룹필라테스는 2-3만 원 정도 할 것 같은데... 더 알아보면 이것저것 재다가 운동을 안 할 것 같아서 그냥 시작했습니다.


바로 다음 주부터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첫날 운동이 끝나니까 선생님이 따로 부르시더니 포토리뷰를 쓰면 1회를 더 주고, 블로그 리뷰를 쓰면 7회를 또 준다는 것이에요. 대박! 제 발작버튼 입니다. 이런 이벤트는 절대 놓칠 수 없어요.


저는 역시나 열심히 리뷰를 작성해서 36회를 24만 원에 결제한 꼴이 되었습니다.


1회당 7500원 오예!

야무진 나에게 박수를, 힘찬 박수를!


한달동안 필라테스를 해보니까 왜 직장인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지 알겠어요. 우아해 보여도 다리가 달달달 떨리는 근력운동과 곡소리 나오는 이완운동을 하고 집에 가면 정말이지 뿌듯해서 엉덩이가 씰룩씰룩. 어깨가 으쓱으쓱.


결국 저는 필라테스에게 영업을 당해버렸습니다. 하루종일 앉아있는 제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 되어버렸어요.


두 달 후 회사에 가면 근처 필라테스 센터를 제일 먼저 알아볼 것이에요.

이미 1회에 7500원인 세상이었다면... 뜨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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