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의 운명

by 초름

가을이 되면 붉게 상기된 나뭇잎들이 하나, 둘 떨어집니다.

그 많던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는 동안에도 나무는 가만히 멈춰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나뭇잎조차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유독 추운 밤에 떨어졌습니다.


봄이 되면 나무는 더 이상 미련 한 톨 없다는 듯 새로운 나뭇잎을 선보입니다.

나뭇잎은 옹기종기 모여 산들바람에 살랑이기도 하고, 우수수 떨어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어푸푸 거리기도 하며 까르르 웃습니다.


나뭇잎은 가을이 오는 게 싫었을까요?

늙고 바스러져가는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요. 다 늙어버려서 비틀거리는 자신을 버린 나무를 원망하며 추락했을까요.

나를 신경 쓰지 말라며 도망치듯 몸을 던졌을까요.


아닙니다.

나뭇잎은 태어날 때부터 나무 아래가 궁금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홀로서기를 하고 싶었던 나뭇잎은 빨간 가면을 쓰고 나무 몰래 바닥으로 뛰어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유효기간은 늘 1년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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