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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밀 Oct 08. 2023

종합주의력검사를 받았다

제가... ADHD일 수도 있다고요?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고 항우울제를 먹게 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병원에 방문하기 전 극도로 심했던 우울감과 불안감, 강박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항우울제의 효과 덕에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좋은 회복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의사도 내 표정과 기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고 기뻐할 만큼 긍정적인 상황인 한편, 나에게는 아직도 고민이 있었다. 여전히 하나의 일에 집중하기 힘들어하고, 그렇다고 멀티태스킹이 되지도 않으며, 집중 가능 시간이 확연하게 짧아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 증상은 우울증이 심해지기 시작한 2~3여 년 전부터 느꼈던 증상이다. 그리고 첫 진료 때에 선생님과 상담하기도 한 내용인데, 선생님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주의집중이 어려운 편이었냐고 물으셨다. 학창 시절에는 매우 차분했고 공부에 집중도 잘하는 편이었으며 성적도 높은 편이었기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선생님께서는 성인이 된 이후에 갑자기 ADHD가 생기는 경우는 드물며, 우울증의 증상 중에 주의력과 집중력, 문해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있고, 지금은 집중력보다 우울감 때문에 더 힘든 상태이기 때문에 일단 항우울제를 경구투여하며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지금 1년 정도가 지난 것이다.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스스로 의문이 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일단 책이나 인터넷 기사를 읽을 때, 분명히 한글이고 다 이미 알고 있는 단어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한 번 읽은 것으로는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래서 두 번 세 번 다시 읽는 일이 빈번했다. 또한, 주위 사람들과 얘기를 할 때 A라는 주제에 대해 말하고 싶어 얘기를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내뱉다 보면 '내가 왜 이 얘기를 하고 있지? 내가 어떤 얘기를 하려고 했었지?'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남들은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그래서 다시 하고 싶었던 얘기를 떠올리느라 문장과 문장 사이에 공백이 길어졌다. 세 번째로, 자꾸 말실수를 했다. 평소에 나는 말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컨베이어 벨트'를 '컨테이너 벨트'라고 얘기하거나, 알고 있는 단어인데 그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몇 초간 버벅거리게 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얘를 들어, '성능'이라는 쉬운 단어가 기억나지 않아 서... 서.... 스.... 어.... 뭐였지? 어..... 성.... 아, 성능!이라고 얘기하는 식이었다. 


    이러한 의문들이 쌓이면서 우울증 외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고, 다음 병원 방문날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주의력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우울감이 없는 상태인데도 주의력이 유의할 정도로 감소한 상태라면 다른 약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치료해 보자고 하셨다.


    병원 위층에 있는 심리검사 센터에 가서 12만 원을 결제하고 종합주의력검사(CAT)를 받았다. 컴퓨터로 4가지 항목에 대한 검사를 시행했는데, 문제를 풀면서도 내가 많이 틀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일주일 후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선생님 책상 위에는 내 주의력 검사 결과지가 들려 있었다. 선생님은 차분하게 말씀하셨다. 


"정말로 주의력이 많이 떨어져 있네요."


    좌절했을 법도 한데 오히려 나는 후련했다. 내가 집중을 못하는 것이 정말 이유가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면서 반가울 정도였다.


    CAT 검사에서 측정한 4가지 주의력 항목 중에 3가지 항목이 일반적인 척도보다 유의하게 낮은 정도라고 해석해 주셨는데, 다만 이 주의력 저하가 우울증에 의한 것인지 ADHD라는 새로운 진단명이 필요한 것인지를 고민하고 계신 것 같았다.


    확실히 우울감은 적지만 앞에서도 한 번 언급했듯이 어렸을 때에는 문제가 없었고, 최근 2~3년 동안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주의력 저하도 심해졌기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인 것 같다.


    일단 주의력 약을 추가하는 것은 미루고, 항우울제를 기존과 같이 처방받아먹으며 경과를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내가 아직 우울한 것인지, 아니면 소위 말하는 '조용한 ADHD'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검사 결과로도 분명하게 나온 만큼 꼭 호전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임상적으로도 주의력이 떨어진 지금 시점에서도 집중하려고 노력하며 매일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칭찬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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