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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ius Oct 04. 2024

내 졸업식에 안 간 이유 2: 결승선 없는 마라톤

Marathon without finish line


배움은 결승선이 없는 마라톤과 같다.

"Education is like a marathon without finish line. This marathon of lifelong learning is not easy but I will keep on running and learning which itself is victory."

(배움은 결승선이 없는 마라톤과 같습니다. 이 평생 배움이라는 마라톤이 쉽지는 않지만 나는 계속 배우고 나아가기만 하면 이기는 이 마라톤을 계속하겠습니다.)


내가 미국 고등학교 졸업연설 때 했던 말이다. 이 말은 나와의 약속과도 같았다. 당시 집안에 사정 때문에 대학 졸업 후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학업과 연구를 놓고 싶진 않았다. 배움이라는 마라톤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개인 과외교사로 일을 하여 생활비를 벌면서 병원이나 제약회사에 연구직도 계속 지원하였다. 감사하게도 미국 베벌리 힐즈에 위치한 큰 병원 내 연구실에 연구원으로 취직하게 되었고, 평일 오전과 오후에는 연구원으로,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가정교사로 틈틈이 돈도 벌며 계속 과학 연구원으로서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대학과 병원에서 연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남가주대학)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학교와 빌게이츠 제단에서 대학원 과정도 학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2년 뒤 총 두 가지의 석사학위(교육학, 줄기세포생물학)를 취득할 수 있게 되었다. 두 개의 석사학위를 취득하여 두 번의 졸업식이 있었지만 나는 그 어느 졸업식에도 가지 않았다. 어쩌면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고등학교 졸업식 때 단상에서 연설하며 했던 말과 모순되게 배움을 마라톤이 아닌 경주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졸업이라는 결승선을 멋지게 1등으로 통과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졸업식을 갈 수 없었던 것 같다. 아니, 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는 나와 신랑에게 선물이 찾아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 아기가 생긴 것이었다. 사실 여느 대학원 과정생들처럼 '아이는 박사과정을 끝내고 갖지 않을까?'라고 어렴풋이 생각만 했었지 전혀 계획에 없었다. 남들에게는 행복하기만 선물일 아기가, 아직 학생이었던 나에겐 두려운 퀘스트 같았다.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랑에게도 분명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이 두려움으로 먼저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신랑은 달랐다. 기뻐해주었다. 아니, 진심으로 기뻐했다. 책임져야 사람이 생겼고 분명 어깨가 무거워졌을 텐데... 앞으로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일들을 걱정하기보다 지금 소중한 선물 같은 아이를 주신 것대해 감사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부끄러웠다. 사람이야 말로 정말 인생이라는 이 마라톤을 즐기며 뛰고 있다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가 생기면 선물로 함께 프랑스 파리로 여행 가자는 약속을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솔직히 당시 프랑스로의 여행에 들뜬 마음과 함께 날아오를 없었던 이유는 나에게 주어진 무거운 퀘스트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믿음은 있었다. 사람과 함께라면 나도 나의 인생을 경주마처럼 전력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며 마라토너처럼 롱런할 있을 같다는 믿음. 그제야 나에게 다가왔던 두려움을 걷어내고 소중한 첫 아이를 주심에 감사할 수 있었고, 에펠탑을 보며 나의 인생과 나의 인생에 함께한 우리 가족 모두의 삶을 다시 설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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