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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Jan 12. 2023

사모님의 숨기고 싶은 엉덩방아

찜질방 여탕 안에는 올라가서 해야 할 일이 많다.

만능 수리공 사모님이 되어 가는 과정?이라 대부분 처음 해본 거다.


올라가서 하는 일들은 버라이어티 하고 다이내믹하다.




처음으로 어딘가에 올라가서 했던 일 '다용도 스프링 용수철 달기'였다.

여탕 안에 있는 황토사우나라는 곳에 문이 잘 닫히도록 문위에 다는 거다. 황토사우나는 75'C 정도의 온도가 유지되는 곳이다. 그 뜨거운 열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문이 항상 잘 닫혀 있어야 한다. 여기서 '다용도 스프링 용수철'이 중요한 역할을 다. (꼬리가 길어 문을 제대로 안 닫고 가는 손님이 있을 때 이 용수철이 문을 닫게 도와준다)



원래 용수철이 달려 있던 자리라 용수철 걸이 부분은 있었다. (용수철 거는 부분까지 못질해야 되면 간단하지 않았을 텐데 휴 다행이다.) 문이 달려있는 옆면과 문의 가장자리 끝면에 용수철을 다는 간단한 작업이었다.


문높이도 많이 높지 않아 의자 위에 올라가면 되었다. 그래서 황토사우나 옆에 이슬사우나에 있던 플라스틱 의자를 가져왔다. 그 위에 올라가 용수철을 걸어서 후딱 일을 끝낼 생각이었다.





황토방사우나에는 손님 3명이 있었다.

다들 속으로 '저 여자가 대체 뭘 하려는 거지.' 라며 흘깃 쳐다보고 있었다.



맨발로 씩씩하게 의자를 밟고 올라섰다.

이미지 출처 : 언플래쉬 (내가 올라간 비슷한 크기의 의자)

의자를 밟고 일어서려 하는 그 순간

뒤로 벌러덩 하면서



(엄청난 소리와 함께) '꽈  - 당'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순식간에 일이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벌떡 일어났다.

(늘어난 용수철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속도보다 더 빨랐을듯)


바로 놀랜 손님들 때문이었다. 나보다 더 당황하고 놀라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괜찮아요?" 하며 다가오는 손님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연신 "네네. 저 괜찮아요. 진짜 하나도 안 아파요.

많이 놀라셨죠? 저 정말 괜찮아요." ^^





안 아프긴. 무지하게 아팠다. 의자 위에 올라가 서있는 높이에서 바로 바닥으로 엉덩방아 찧은 거라 높이가 상당했다. 다행히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아 엉덩이 양 면이 고르게 힘을 받으며 넘어졌다. 내 엉덩이가 포동포동 살이 많아서 쿠션감이 좋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쩌면 이럴 것을 대비해서 내 골반에 살을 그토록 많이 찌웠던 걸까. 자동차 사고 시 펑 터지는 에어백 같은 역할을 하려고? 맨날 바지입을 때 핏이 맘에 안 들고 이제는 롱치마까지 커버가 안 되는 내 엉덩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엉덩이에 살이 많은 것에 새삼 감사했다.


아프기도 하고 너무 부끄러웠다. 순간 투명인간이 되어 조용히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지금 당장 황토사우나 바로 옆에 있는 냉탕에 들어가 숨어버릴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얼굴 들기 낯부끄러워 귀가 새빨개졌다.




초짜는 초짜다. 이슬사우나는 습기가 많은 곳인데, 그곳에서 의자를 가져왔으니 안 미끄러울 수가 있나. 의자에 잔뜩 묻은 이슬을 밟고 서려고 한 내가 바보였다. 당장 수건하나를 가져왔다. 꼼꼼하게 닦고 의자 위에 깔았다. 혼자 조심히 올라가려는데 손님 3명이 다 달려와서 도와주었다. 두 분은 의자를 붙잡아 주고 한 분은 문을 잡아 주었다.


실제로 사용한 '다용도 스프링 용수철'

고리에 용수철을 걸면 되는 것인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문 전용 '다용도 스프링 용수철'의 탄성은 어마어마했다. 힘껏 손으로 당겨도 잘 당겨지지가 않았다.

힘센 남자가 했으면 거뜬히 했을 일이었다. 평소에 근육운동 좀 해놓을 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을 씨름한 끝에 드디어 반대쪽 고리에 용수철을 걸었다. 어렵게 걸자마자 나뿐만 아니라 손님 3명이 모두 한 마음으로 기뻐했다.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빠르게 정리하고 나왔다.


사실 아픈데 안 아픈 척하느라 애쓴 마음과 부끄러워 숨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조용히 유유히 여탕을 빠져나왔다.




다용도 스프링 용수철 달기에 성공한 모습





다음날, 열심히 달아놓은 용수철이 잘 달려 있나 확인하기 위해 여탕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세신 아주머니들이 달려와 물었다.


"작은 사모님 괜찮아요? 황토사우나에서 엉덩방아를 크게 찧었다고 들었어요. 손님들이 놀래서 우리한테 다 말했어. 그리고 손님들한테 혼났어. 고치는데 아무도 안 도와줬다고. "



엉덩방아 찧은 사건은 그 손님 3명만 알았으면 했는데. 나를 잘 모르는 손님 3명만 본 일이라며 내 마음을 달래고 있었는데. 결국 여탕 안에 소문이 다 퍼져버렸다. 여탕 사람들(직원들) 손님들 모두 다 알게 되었다니. 흑.

 



엉덩방아 찧은 자리는 넘어진 날 밤, 다음날,  그다음 날 더 아파왔다. 병원은 가지 않았다. 그 정도로 심하진 않다고 생각했고 단순 엑스레이로는  판독도 안될 거라 판단했다. (간호사였던 나름의 판단이었다.)



열심히 해보려다 그런 실수니. 처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니까.


무엇보다 넘어졌기 때문에 올라가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아주 뚜렷하게 생겼다.


(올라가는 일에 대한 에피소드는 너무 많다. 엉덩방아 찧은 사모님은 결국 사다리까지 타게 된다. 이 이야기도 써볼 예정이다.)



We learn from failure, not from success

-Bram Stoker-


우리는 성공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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