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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Dec 10. 2022

나는 만능 수리공 사모님이다

     


'빛 좋은 개살구'

사진출처 : 픽사베이

이 일을 하면서

머릿속에 계속 맴돌고 있는 속담이다


겉보기에는

먹음직스러운 빛깔을 띠고 있지만

맛은 없는 개살구처럼

겉만 그럴듯하고

실속이 없는 일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혼하면서  찜질방 매니저 아내가 되었다. 찜질방을 운영하는 집에 결혼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여유 있는 집에 간다고 부러워했다. "어머~결혼하면 사모님 되는 거 아니야? "라며 나보다 더 호들갑이었다. 멋모를 때 결혼했지만 찜질방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찜질방 마누라 9년 차.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모님 소리를 듣기는 한다. 작은 사모님.

그러나 현실은 각종 공구를 섭렵한 수리공이 되었다.


직접 찍은 내가 쓰는 공구들

목장갑을 끼고 일자(-) 십자(+) 드라이버와 몽키스패너, 육각렌치, 전동드라이버, 에폭시 등 각종 공구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여자가 되었다.


처음부터 이런 걸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였다.


전자제품 설명서 보고도 헤매는 1인. 잘되던 전자제품 망가지게 하는 1인. 각종 공구 1도 안 써보고 살아왔고 관심도 소질도 없던 1인이 바로 나였다.





공구를 잘 다루는 여자가 된 배경은 찜질방이다.


여탕과 남탕이 확연히 구분되어있는 곳.

여탕에 남자가 들어갈 수 없게 법적으로도 막아놓은 곳. (경찰이 와도 여자 경찰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여탕 안에는 고칠 수 있는 남자가 들어갈 수 없다.


그런데 연중무휴. 24시간 풀가동되어 돌아가는 곳이라 고장이 나거나 문제가 생기게 되는 일이 빈번하다.

(고칠 줄 아는 사람 중에 여자가 없는데 어떻게 고치란 말인가.)

그럴 때마다 난감하다 못해 미칠 노릇이었다.


그래서 배우기 시작했다.




신발장 열쇠

제일 먼저 배우게 된 건

신발장과 옷장 열쇠를 교체하는 것이다.


 많이 쓰다 보니 부러진 열쇠와 망가진 열쇠 걸이들이 너무 많아져 고칠 게 많다.

 그 많은걸 또 고장 날 때마다 일일이 남자가 들어가 수리할 수는 없는 노릇.


피할 수 없는 숙명의 과제였다.

 

옷장 열쇠

 여탕은 신발장 키와 옷장 키가 번호마다 연결되어 있어 같이 세트로 쓰인다. 그래서 하나가 망가지면 신발장과 옷장 둘 다 열쇠를 교체해야 한다.


 신발장은 그나마 쉽다. 십자(+) 드라이버로 해결이 된다. 겉에 열쇠 입구에 있는 마개를 돌리고 안에서 드라이버로 풀면 열쇠 속을 교체할 수가 있다. 그리고 나면 신발장과 같은 번호 짝꿍인 옷장을 찾아간다. 기존에 있는 옷장 걸쇠를 빼고 새로운 옷장 걸쇠를 껴야 한다.


이 때는 육각렌치가 필요하다. 드라이버처럼 생겼지만 끝에 육각형 모양의 홈으로 생겨서 드라이버처럼 왼쪽으로 돌리면 풀 수가 있다.


  육각 옷장 안에 걸쇠 부분을 육각렌치를 왼쪽으로 돌려 풀어준다. 그런 다음 가장자리에 일자로 된 홈에 힘을 빡 주어(정말이지 힘이 많이 들어간다.) 일자 드라이버로 잡고 풀면 옷장 열쇠 걸이를 풀 수가 있다. 그리고 새로운 옷장 열쇠 걸이로 교체해 주는 것이다.






공구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왼쪽으로 돌리면 풀리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잠기고.


잘 모를 때는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범위라는 생각에 어렵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한두 번 해보며 고치는 방법을 배우고 원리를 깨닫고 나니, 의외로 간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굉장히 뿌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정말 취약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해냈다는 그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옛날에 '나 혼자 산다'에서 여자 연예인 경수진 씨가 나와 집안 곳곳 인테리어를 직접 하고 사다리 타고 천장까지 올라가 커튼까지 직접 다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못을 입에 물고 전동드릴로 '윙-윙-' 소리 내며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때 내 눈은 하트 뿅 뿅으로 되어 너무 멋지다 못해 근사 하 다라고 생각했다. 남자가 이것저것 고쳐도 멋져 보이는데 대부분의 여자가 하지 못하는 일을 척척 해내는 모습이란.



그런 나를 보며 손님들도 한 마디씩 할 때가 있다.

"이런 일 남자가 하는 거 아니에요? 젊은 여자가 대단하네요."


내가 경수진 씨를 보며 느낀 감정까진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비슷한 맥락의 느낌을 가진 것이 아닐까?




자신이 할 수 없었던 부분을 채워나갔을 때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다.

(어깨에 뽕 들어가고 뿌듯함 뿜 뿜이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을 해결했을 때 그 희열은 뿌듯함 그 이상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공구를 든다.

앞으로 우당탕탕 좌충우돌 고치는 여자의 에피소드를 계속 써볼 예정이다.



Only I can change my life. No one can do it for me.

"내 삶을 바꾸는 것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다. "




사진출처 : 픽사 베이


사진출처(제목):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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