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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이 5배 오르다

by 다몽 박작까



군부대 강의 요청 전화를 처음 받았을 때였다. 전화를 받는 내내 어쩐지 마음이 들떴다. 첫 의뢰전화라 굉장히 설레고 신기한 마음이었다. 대화를 주고받으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묻어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에 번개처럼 튀어나온 질문 하나. 아주 즉각적이고도 정직한, 딱 하나의 궁금증이 고개를 들었다.


“강의료는... 얼마일까?”


솔직히 말해서 제일 먼저 궁금했다. 군부대 강의는 시급이 꽤 괜찮다는 소문을 들었다. 당차게 묻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나온 건 그게 아니었다.


“아. 네...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막상 담당자에게 물어보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스스로도 황당했다. 왜 말을 못 했을까? 마음속에선 이런 생각들이 엇갈리고 부딪혔다.


‘처음부터 돈 얘기하면 너무 속 보이는 거 아닐까?’

‘강의보다 강의료에만 관심 있는 사람처럼 보이면 어떡하지?’

‘혹시... 다음부터 안 부르면?’






그렇게 머릿속에서만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결국 묻지 못했다. 그 질문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초짜는 원래 그런 것이다. 군부대 강의 진짜 완전 초짜이니까. 더더욱 그랬다.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궁금한 그 이름.

강. 의. 료.


어쨌든 강의를 수락했다. 그러자 새로운 궁금증이 또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돈은... 언제 주시는 거죠?'


한 번 못 물어봤더니, 두 번째 질문도 묻지 못했다. 국가 공공기관인데 설마 안 주겠어? 그건 아닌데... 하지만 ‘언제’ 주는지가 궁금했다. 게다가 돈이 먼저 나가고 있었다. 준비물로 초코파이, 레모나, 클렌징 티슈, 그 모든 감싸줄 예쁜 포장지까지. 이게 다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현실은 지갑이 점점 가벼워지는 소리만 났다. 게다가 군부대는 당연히 집 근처가 아니다. 보통 왕복 2~3시간 거리. 기름값도 은근히 어마무시하다.

그렇게 온갖 준비와 이동을 거쳐 강의를 마쳤지만 통장은 조용했다. 기다림의 시간. 하루, 이틀, 사흘... 열흘. 경건하게 통장 잔액을 바라보는 의식을 치렀다. 은행 앱을 매일같이 켜고 껐다.


‘혹시... 내가 계좌번호를 잘못 보냈나?’

‘아냐... 공공기관인데 설마 실수하겠어?’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스스로를 달래며 매일 경건한 마음으로 통장 잔액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날이 왔다. 드디어 첫 입금! 그리고 진실의 숫자.


[입금] 200,640원.


... 응?


그럼 시급이 얼마인거지? 10만 원도 아니고 11만 원도 아니고. 왜 이런 금액이지? 계산기를 두드리니 딱 19,360원이 빠져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프리랜서 강사는 세금이 이렇게 빠진다는 걸. 일반적으로는 3.3%(소득세+지방세)가 원천징수되지만, 군부대나 공공기관은 여기에 사회보험료(약 5.5%)까지 얹어간다. 즉, 총 8.8% 공제.


‘내가 세금이란 걸 이렇게 실감할 줄이야…’


그래도 내 첫 군 강의의 시급이 11만 원이라니. 군부대에서 내가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 그들의 시간 속에 잠시라도 내가 들어갔다는 것. 그것도 꽤 괜찮은 경험인데 강의료도 만족스럽다. 간호학원 시급과 비교해 보면? 내가 처음 간호학원 시간강사 시작했을 때 시급은 20,000원이었다. 지금은 조금 올라서 23,000원. 최저 시급보단 높지만, 강의 준비 시간까지 합치면 사실상 ‘열정페이’에 가깝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학생들과 수업하는 게 좋고, 아이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 만족한다. 무엇보다, 찜질방에서 ‘박반장’으로 투잡이 가능한 일이라 좋다.


그런데 군부대는 시급이 다섯 배. 물론 거리도 멀고 차비도 많이 든다. 강의 준비하는 시간도 생각보다 매우 길다. 시급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군부대 강의는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큰 건 ‘나도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성취감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올 수 있다는 사실이 벅차다.






처음엔 강의 역량을 늘리고 경력을 쌓고 싶어 시작했다. 이 한 번의 강의가 다음 강의로 이어지고 그게 또 하나의 기회로 연결되기를 바랐다. 경험이 필요했고 이력서에 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더 괜찮은 시급도 필요했다. 하지만 막상 강단에 서보니 그런 계산보다 더 큰 게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군인들이 진지한 눈빛으로 내 말을 듣고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고 수줍게 질문을 건네는 그 순간들.


"강사님 이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럼 이런 경우에는요?"


그때 깨달았다. 아. 이건 그냥 내가 말을 하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나누는 시간이구나. 이 사실이 생각보다 오래, 진하게 남았다. 결국엔 그게 가장 크게 다가왔다. ‘내 강의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그 감각. 그게 이 일을 계속하고 싶게 만든다. 물론, 다음부터는 담당자에게 꼭 물어볼 거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강의료는 얼마인가요? 언제 들어오나요?”


당당하게 물어봐야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걸 묻는 건 욕심이 아니라, 준비된 사람의 프로다운 태도다. 예전엔 그저 시급이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만큼의 책임도 노력도 준비돼 있다는 뜻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초짜가 아니다. 적어도 첫 강의를 두근거리며 마친 그날의 나보다는 훨씬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 이제, 나는 군부대 강의도 해본 사람이다. 스스로를 조금 더 믿기로 했다. 이제는 다음을 더 잘 준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내 일과 가치를 당당하게 묻고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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