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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Aug 30. 2023

이게 진짜 나라고?


글을 쓰게 되면서  찐인 나와 마주치곤 한다.


글에는 고스란히 내가 묻어나곤 니까. 마 전에도 '내가 정말 이렇다고?' 할 만한 피소드가 있었다.





타고나기를 빠릿빠릿함과는 거리가 멀게 태어났다. 서두르다가는 의자에 발가락이 걸려 바로 는 일이 생기곤 한다. '살던 대로 살아야지.' 하고 마음을 고쳐 먹기 일쑤다. 렇듯 달팽이를 스승님으로 여길 정도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며 살고 있다.


그날은 1층에서 쿠팡 아저씨를 만났다. 는 지하에서부터 엘리베이터에 물건을  그득 싣고 올라왔다. 그래도 나 하나쯤 올라탈 자리는 있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으려 움직거리 찰나. 무언의 목소느껴다. '타지! 제발 타지 말라고!' 아저 아대고 있는 마음의 소리였다.


이럴  느리긴 해도 눈치 빠른 내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리베이터를 향해 앞으로 한껏 기운 몸을  뒤로 뺐다. 그러고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아저씨에게 말했다. "먼저 올라가세요~"고. 세상 상냥하게 말이다.  


말하는 순간에도 스스로 어찌나 뿌듯하던지. '나 정말이지 꽤 괜찮고, 멋진 사람인 것 같아.'를 연신 돼 내고 있었다.


아저씨는 몹시 지친 모습이었지만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으셨다. 그 바람에 음은  족함으로 더 가득 차올랐다. 인류애를 몸소 실천했다는 생각에 지상에서 몇 센티 정도 붕 뜬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데 그때!

혔던 엘리베이터 문이 활짝 열렸다.

위층으로 올라갔을 줄만 알았던 아저씨가

'까꿍' 하듯  나타났다.

아저씨는 다시 닫힘 버튼을 누르고 올라갔다.

.

.

.

그런데 다시 '까꿍'.

.

.

.

또 또... '까꿍'.




이상하다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에휴... 올라간 다음에 버튼 좀 누르세요..."


띠로로롱.


아저씨가 1층을 벗어나기도 전에, 재빠르게. 연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댔것이다. 그 바람에 는 1층에 계속 머무를 수밖에 없었고. 원치 않게 분노의 까꿍쇼를 보여줬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또 하나 생각나는 일이 있다.

이 날은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문자 나를 받았다.

고객님의 계좌에서 펌뱅킹 반복 출금이 확인되었습니다. 확인 요망 바랍니다.


월급날까지 참고 참았던 쇼핑을 한꺼번에 하는 바람에 초래한 결과였다. 이때는 어찌나 손이 빨랐던지. 놀랍게도 1에 8건 되는 쇼핑을 처리하는 기염을 토해다. 와우! AI도 놀라서 착각하게 만드는 스피드라니.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개뻥이었다. 나만의 착각 속에서 빠름의 미학을 틈틈이,  더 촘촘히 실천하며 살고  것이었다. 글을 쓰고 나서부터는 이렇게 나도 몰랐던 찐 나를 툭툭 발견하곤 한다. 


이제 느리다는 말은 입안으로 쏙 집어넣고, 

지도 말아야겠다.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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