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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Aug 21. 2023

올여름, 차를 선물했습니다.

집 근처에는 미래의 우리 집이 니다.

몇 년 뒤 입주를 앞두고 미리 근처로 이사를 왔지요. 거실 문을 열고 얼굴을 빼꼼 내밀면 바로 그곳이 보입니다. 산책 코스는 의례 그쪽으로 발걸음이 향하지요.


도착해서는 목을 한껏 뒤로 젖힙니다. 

한 층씩 올라가는 아파트 층수 세기. 요즘 저의 최애 취미가 되었습니다.


간혹 공사장 근처 멈춰 선 차들을 발견하곤 합니다. 딱 봐도 저와 같은 취미를 가진 예비 이이지요.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척'이란 걸  합니다.  극내향형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렇게 집에 대해 애착을 가지게 된 건.


게도. 

이 집이 첫 자가이기 때문입니다.


 제외.

부모님 세입자로 살아왔습니다. 그 덕에 자가의 필요성은 조금도 느끼지 지요.  년에 한 번씩 제 집 찾아 폴짝해야 하는. 주택자의 설움 같은 건 조금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은행 대출.

가계 경제를 폭망에 이르게 하는 폭탄이라 여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오 마이갓 할 일이지만 그땐 그랬습니다.


대신 차곡차곡 주택 자금을 모아갔습니다.

적금과 예금으로요. 그러는 동안 집값은 야금야금 올랐습니다. 약이 올랐지요. 급기야 그 녀석은 폭등이라는 초고속 열차에 올라타더군요. 


으악! 정신이 번뜩 들었습니다.

그때서야 폭등 막차를 타고 생애 첫 집을 장만했습니다. 아직은 매일 바라만 수밖에 없는 그 집을요. 


자기 집이 생긴 다는 건요.

남다른 애정이 듬뿍 담깁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입주자들과도 소통을 하게 됩니다. 자발적으로 단톡방에 가입했지요. 전국구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물론 아파트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함이지만. 이제는 모닝 뉴스에 각종 투자 정보를 비롯, 맛집과 핫딜 정보까지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번 여름.

유난히 폭염 주의 알림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자연스레 그쪽 길로 하던 산책도 점점 뜸해졌지요. 혼자 있을 때, 좀처 에어컨을  켜지 않는 사람인데요. 올해는 홀로 에어컨 만나기에 바빴습니다. 한번 만나면 늦은 밤까지 좀처럼 헤어질 몰랐고요.


정말이지 집 안에서만 머물렀습니다.

장보기는 새벽 배송에 의존했고요. 쓰레기 버릴 때만 잠깐 뜨거운 맛을 보곤 했습니다. 여름휴가도 반갑지 않았어요.  밖으로 나가야 했으니까요. 처음이었어요. 이런 더위는 말이죠.


이때.

입주자 단톡방에 의견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깜짝 이벤트를 제안하는 내용이었지요. 결론은 믿기지 않았지만 백 프로 찬성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한 대를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정도 선물할 수 있으면, 꽤나 성공한 것이지요?

맞아요. 저는 성공한 여자였습니다. 음하하하.

비록 모래알만  보탬이긴 했지 말이에요.




우리는

그렇게

아파트 현장으로







커피차를 보냈습니다.


깜짝 이벤트를 즐기고 계신 모습

막바지 여름 더위에서 이 분들을 생각합니다. 제가 느끼고 있는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요.

여름이 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칼추위가 찾아오면.

그때는 뜨끈한 어묵차를 선물하기했습니다.











대문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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