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다이어트 중이다. 식단은 물론 운동에도 신경을 쓰고있다.초반부터 체중 감량에욕심을 냈던건 확실히 무리였다. 혹독한 러닝은 여자의두 무릎에 파스 훈장을 달게 했으니까.
운동을 주춤하고 있을 즈음,
여자는 오늘 같은 날씨라면 바깥 운동도 쾌 근사할 거란 결론을 내렸다.
여자는 러닝화 끈을 단단히 고쳐 매며 집을 나섰다.
파스 훈장 덕분에 뛰는 대신 빠르게 걷기를 선택했다. 목표 걸음 수는 딱 만 보. 바람과 햇살은 기분 좋을 정도로 완벽했다.
산책을 시작한 지 얼마 가지 못해 여자를 붙드는 것이 있었다. 밤새 누가 이렇게 솔방울을 똑똑 따 놓은 건지.
바닥은 온통 솔방울 천지였다. 여자는 솔방울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의문스러운 광경을 핸드폰에 담았다.
솔방울, 어쩌다 바닥인지 너무 궁금해.
또 몇 분을걷자 하니 이번에는 맥문동이 그녀를 반겼다.
찐 초록 싱싱한 잎과 쪼르륵 좁쌀같이 달린 보라색 꽃.한 여름 땡볕에도 지칠 줄 모르는 맥문동을 볼 때마다 여자는 매력에 푹 빠지곤 했다. 언젠가 자기만의 정원을 갖게 된다면 꼭 저 식물을심어보겠다 했다. 여자는 맥문동의 쨍한 보랏빛이고스란히 잘 담길지조바심을내며 찰칵 사진을 찍었다.
이 더위에도 지칠줄도 모르다니. 기특해.
여자는또다시걷기 시작했다.
시원하게 쭈욱 뻗은 길을 신나게 걷고 있을 때,하마터면스텝이 꼬여 넘어질 뻔했다. 메뚜기로 추정되는 생명체를 가까스로 피하며벌어진 일이었다.
여자는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며뒤를돌아다봤다.
그것은...
보도블록 틈을 비집고 나온 잡초였다.
네가 메뚜기인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ㅎㅎㅎ
잡초를 메뚜기로 착각하다니.
여자는 요즘 부쩍 침침해진눈을끔뻑거리며,잡초를 들여다 보고 또 보았다.조금 전 흠칫 놀라던자기 모습에 낄낄 웃음이 나왔다.다시는속아 넘어가지 말아야지하며두눈을 부릅뜨며앞으로걸어 나갔다.
걷다 보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턴 해야 할목적지에다 달았다. 여자의목덜미와 이마는 이미 땀으로 축축이 젖어 있었다. 돌아오는 길, 단지 내 분수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식혀 주었다. 여자는 땀을 식히며, 물멍을 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분수 사진도찍었다.